어린것
나희덕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서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 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난만한 그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하, 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떼
[출처] 시 읽기 좋은 날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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