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80
지붕에서 쥐들이 100m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말발굽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고 있다. 일제히 방향을 바꾸어 왔다 갔다 에어로빅 댄스를 하는 것인지 살빼기를 하는 것인지 밤새워 지랄이다. 어머니가 쥐약을 사 오셨다. 쥐약 놓게? 그러자 어머니는 손가락을 입에다 대고 쉬____했다. 쥐가 들으면 안 먹어. 조그만 소리로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고, 빨리 놔요. 나도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킥킥킥 쥐들이 웃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커다란 쥐 두 마리가 죽어 있었다. 죽은 쥐를 보며 어머니와 나는 말이 없었고 쥐들도 예전처럼 쥐의 본분을 지켰다. 쌤통이다.
[출처] 김영승 시집 2022/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