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에게 ‘아내 정답’이었어. 결혼을 하면 엄마 같은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지. 그런데 어느 날 궁금해지는 거야. 난 정말 엄마 같은 아내가 되고 싶은 걸까? 결혼하면 으레 엄마처럼 살아야 한다고,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고 받아들였던 건 아닐까?엄마와 나는 결혼하기 전까지 다른 삶을 살아왔어. 엄마는 ‘여자는 얌전히 있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살림 잘하고 애 잘 키우면 된다’는 시대에 나고 자라셨지. 나는 “여자라고 못할 것 없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어. 그 말을 나에게 ...
더보기 엄마는 나에게 ‘아내 정답’이었어. 결혼을 하면 엄마 같은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지. 그런데 어느 날 궁금해지는 거야.
난 정말 엄마 같은 아내가 되고 싶은 걸까? 결혼하면 으레 엄마처럼 살아야 한다고,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고 받아들였던 건
아닐까?엄마와 나는 결혼하기 전까지 다른 삶을 살아왔어. 엄마는 ‘여자는 얌전히 있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살림 잘하고 애 잘 키우면 된다’는 시대에 나고 자라셨지. 나는 “여자라고 못할 것 없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어. 그 말을 나에게 가장 많이 했던 건 다름 아닌 엄마였어. “엄마처럼 집에만 묶여 있지 말고 훨훨 날아다니며 살라고
공부시키는 거다”라고 하셨어.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남자 친구들과의 경쟁에서도 지지 않았어. 대학입시에서도 취업에서도
마찬가지였지.
그런데 이상하게 결혼을 하는 동시에 다들 엄마처럼 살라고 하더라. 사회도, 나 스스로도 한 치의 의심 없이 ‘엄마 같은 아내’가
되라고 한 것 같아. 엄마 같은 아내는 ‘남자는 바깥주인, 여자는 안주인’인 세상의 정답이었어. 그런데 우리는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 아니,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잖아. 그러니 ‘아내 정답’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나부터 우리가 보고 자란 아내상(像)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새로운 아내상(像)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
- ‘어떤 아내가 될 것인가?’ 나에게 묻기 중에서
특히 여자들은 ‘역할’ 중심의 사고를 하는 것 같아. 나에게 중요한 역할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져. 결혼을 하면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가 되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돼. 문제는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가 되려고 자꾸 나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게 된다는 거야.
밥상을 차릴 때만 봐도 그래. 아이 둘의 엄마가 되니까 남편 밥, 아이들 밥을 담고 마지막에 내 밥을 담게 되더라. 네 식구 먹을
양을 계산해서 밥을 했으면서도 혹시나 모자랄까봐 남편이나 아이들의 밥을 충분히 담고 남은 밥을 내 밥그릇에 담는 거지.
누군가는 여자가 어렸을 때부터 희생과 양보를 미덕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라고도 하더라.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는 희생과
양보를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았어. 그런데 결혼을 하면 돌봐야 할 가족, 살림이 생겨. 그때부터 희생과 양보가 시작되는 것 같아.
남편 챙긴 다음에 나를 챙기고, 집안일을 다한 다음에 소파에 앉아 쉬는 거야. 그게 쌓이다보면 ‘결혼했더니 나만 손해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그러지 않았으면 해. 남편을 챙기는 만큼 나도 챙겨야 해. 집안일을 하는 시간만큼 내 여가도 확보해야 해. 누구도 너에게 손해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너를 챙길 때 손해는 사라질 거야.
- 부부 이전의 ‘나’를 챙겨라 중에서
결혼이 진화한다는 건 달리 말해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해.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 요즘 부부들은 결혼에 대한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큰 거야. 과거보다 결혼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어르신들이
‘요즘 부부들은 다 가지고도 사네 못사네 한다’며 혀를 차지만 다 가졌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
기대치를 낮추면 행복해진다는 사람도 있어. 맞는 말이야. 하지만 노력도 하기 전에 기대치부터 낮추는 건 좀 우울하지 않아?
그것보다는 “결혼하니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부부들의 비결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안정과 사랑을 넘어 결혼을 통해
성장한 부부들에게서 배워보자는 거야. 자세히 살펴보니 이들 부부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거든. 결혼이 진화하는 만큼 부부도
진화한다는 거야.
- 결혼의 성장곡선을 타라 중에서
같이 벌고, 같이 집안일을 하고, 같이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니 일상이 달라졌어. 남편은 집안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워킹맘인 나를,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워킹대디인 남편을 이해하게 됐어. 더 이상 “내가 더 힘드네, 네가 더 힘드네” 하고 싸울 일이 없더라.
역할을 공유하니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라는 결론이 나더라고. “우리 같이 힘을 합쳐 해 보자” 하고 서로를 토닥이게 됐지.
이게 다 평등적 부부가 된 덕분이야.
그리고 평등적 부부가 되니 알겠어. 가사를 분담하고 아이를 같이 키우는 것은 단순히 역할을 공유하는 게 아니었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꿈을 공유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거였어. 그래서 그런가봐. 부부 관계가 평등할 때
결혼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더라고. 연구들에 따르면 남편이 가사분담에 적극적일수록
아내의 우울증과 결혼 생활에서 오는 갈등이 줄어들고 만족은 커져.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면 인내심과 공감, 적응력이 발달해
부부 관계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해.
- 과도적 부부를 벗어나 평등적 부부로! 중에서
엄마인 나도 중요하지만, 엄마가 아닌 나도 있어야 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아이에게 많은 걸 해 주고 싶다’라고 이야기들
하잖아. 생각해 보면 이런 바람들에는 항상 주어가 빠져 있어. 주어는 ‘나’야. 내가 아이를 키우고, 내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지.
내가 없다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어.
그러니 내가 엄마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라는 역할을 내 안으로 품어야 해. 프랑스어에 ‘에킬리브르equilibre’라는 단어가 있어.
균형이라는 뜻으로 일과 가정을 포함해 삶의 어떤 역할도 다른 역할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야. 마치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 과일, 채소가 균형을 이룬 식단처럼 삶의 모든 역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거지. 물론 균형을 이룬다는 게 모든 역할이
삶에 있어서 같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권장 섭취량이 다르고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의 권장 섭취량이 또 다르잖아. 그렇듯 삶에는 다양한 역할이 있고, 역할마다 차지하는 비중은 달라. 또 그 비중은 삶의 단계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엄마 역시 삶을 구성하는 역할 중 하나야. 아이가 태어나면 삶의 대부분을 투자해야 하는 아주 크고 중요한 역할이지.
그러다 아이가 자라면 엄마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비중을 키우며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거야.
- ‘엄마’는 나의 여러 역할 중 하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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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중심의 부부치료 전문가로서, 결혼 선배로서 이 책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꿈꾸는 예비부부와 신혼부부 그리고 결혼 생활을 점검해 보고 싶은 부부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유용한 책이라고 단언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부부 관계가 힘들어 상담실을 찾아오는 수많은 부부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더 많은 부부가 읽어보기를 바랍니다. 두 저자의 조언은 행복한 부부로 성장하는 지름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 연리지가족부부연구소 박성덕 소장
《당신, 힘들었겠다》, 《우리 다시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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