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를,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어머니 볼에 문질러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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