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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국 끓이던 날                                               손세실리아 
 
 
 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물어보나마나 암소란다 
 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보니 
 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 
 고기 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 되고 
 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 
 
 
 그랬구나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 
 저렇듯 온존했던 한 생을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먹고 살았구나 
 
 
 뼜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