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을 따다
손택수
주말농장 밭고랑에 서 있던 동업자 장철문 형이 감자꽃을 딴다 철문 형, 꽃 이쁜데 왜 따우 내 묻는 말에 이놈아 사람이나 감자나 너무 오래 꽃을 피우면 알이 튼실하지 않은 법이여 꽃에 신경 쓰느라 감자알이 굵어지지 않는단 말이다 평소에 사형으로 모시는 형의 말씀을 따라 나도 감자꽃을 딴다 꽃 핀 마음 뚜욱 뚝 끊어낸다 꽃시절 한참일 나이에 일찍 어미가 된 내 어머니도 눈 질끈 감고 아까운 꽃 다 꺽어냈으리라 조카애가 생기고 나선 누이도 화장품값 옷값을 말없이 줄여갔으리라 토실토실 잘 익은 딸애를 등에 업고 형이 감자꽃을 딴다 딸이 생기고 나선 그 좋은 담배도 끊고 술도 잘 마시질 않는다는 독종 꽃 핀 마음 뚜욱 뚝 분지르며 한 소쿠리 알감자 품에 안을 날들을 기다린다
[출처] 2007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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