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행복을 위해, 이제는 각자의 가정을 발명할 때!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내외의 10명의 인문학자와 필드워커들이 펴내는 가족 트렌드 리포트 『우리는 가족 일까』. 가족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 주며, 왜 지금 또 진부한 ‘가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가를 풀어낸다. 가족법, 소설, 영화, 철학, 상담, 인터뷰 등의 다양한 접근과 방법론을 통해 가족에 대해 살펴보고, 가족이라는 삶의 조건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진정 가족을 통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물을 것을 요청한다.
아울러 이 책은 가정이 꼭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 외려 고통과 상처의 뿌리가 될 수도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가족을 떠나거나 해체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두려운 일임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하여 고정관념 너머 저마다의 행복한 가족형태를 발명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소개] 저자 : 몸문화연구소 저자 김운하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수학. 『죽은 자의 회상』으로 소설가로 등단, 현재 몸문화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며 문화 연구와 비평 활동도 하고 있다. 『137개의 미로카드』,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 『언더그라운더』,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 등의 소설과 『애도받지 못한 자들』, 『그로테스크의 몸』, 『권태』, 『포르노 이슈』(공저) 등을 썼고, 2013년에 『카프카의 서재』와 『릴케의 침묵』을, 2014년에는 『선택, 선택의 재발견』을 발표했다.
저자 김종갑은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영문과 교수로 문학비평과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주된 관심은 몸을 화두로 하는 문화철학에 있으며 2007년에 설립된 몸문화연구소 소장이다. 행복하지 않으면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근대적 몸과 탈근대적 증상』, 『내 몸을 찾습니다』(공저), 『니체: 문학으로서 삶』, 『생각, 의식의 소음』 등 다수의 책을 쓰고 옮겼다.
저자 사미숙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도서출판 여이연 편집장. 극단 목요일오후한시 배우. 2012년 여성재단에서 지원하는 미혼모삶의질향상을위한사업 《두근두근 나의 삶》, 2013년 《괜찮아요, 싱글맘》을 기획 진행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혜화동 다락방에서 성노동 연구를 하고 있으며,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에서 성노동비범죄화 운동을 하고 있다. ‘외로움’을 주제로 하는 즉흥연극을 통해 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외로움들과 만나는 중이다.
저자 서길완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연구의 주된 관심은 트라우마와 치유의 문제다. 최근에는 다양한 자기 삶의 글쓰기를 통해 심적 치유에 이르는 방편을 찾는 것을 주요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트라우마의 재현과 시청 : 폭력과 트라우마 이미지로 물든 시각미디어에 비추어서」와 「글쓰기 치료와 실천적 증언으로서의 자전적 질병서사 : 오드리 로드의 『암 일기』를 중심으로」 등의 논문을 썼다.
저자 서윤호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서 『법존재론과 헤겔의 법개념』으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다문화 및 이주 법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인문학자들과 함께 몸과 관련된 문화 현상을 탐구하는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도 부지런히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사물의 본성과 법사유』, 논문으로는 「현대 법철학에서 법개념의 문제」, 「다문화주의와 문화다양성」 등이 있다.
저자 윤소영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양교육원 교수.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영미드라마로 박사학위. 그후 영국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응용언어학과 대학원에서 번역학석사. 2007년부터 아동/청소년문학 관련 작업을 하고 있고, 2009년부터 몸문화연구소에서 활동하며 몸연구를 통해 학문적 지평을 더 확장하게 되었다. 영미드라마와 몸, 아동문학과 몸을 접목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또한 가족을 주제로 한 글을 주로 쓰고 있다.
저자 이은정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불안이라는 수수께끼」로 철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대학에서 「정신분석학을 위한 현상학적 비판: 미셸 앙리, 프로이트, 라캉」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와 강남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친다. 최근 미셸 앙리의 『야만』을 옮겼으며, 함께 지은 책으로 『포르노 이슈』, 『폭력의 얼굴들』이 있다.
저자 이은주는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경북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드라마(불문학)를 공부했다. 1992년부터 여성인권운동을 해오고 있으며 특히 성매매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인권센터에서 일하며 심리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경북대학교에서 문학치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화 『불새가 된 깃털』을 썼고, 여성주의상담 슈퍼바이저와 전문문학치료사, 소시오드라마 사이코드라마 전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엔 생애구술사 작업과 삶의 이야기가 있는 ‘생애 콘서트’(Life Concert), ‘힐링 드라마아트스쿨- 평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 정지은은 홍익대학교 초빙교수. 홍익대학교 미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프랑스 디종의 부르고뉴대학교에서 레비-스트로스의 신화와 미학 연구로 철학석사학위를, 메를로-퐁티의 표현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현상학과 정신분석학, 그리고 예술을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도서출판b의 기획위원으로 있으면서 중요한 번역서 출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한성 이후』,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번역했고, 「가시적인 것의 깊이로서의 응시」, 「세계와의 경계면으로서의 촉각」 등 현상학과 정신분석에 관한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 최은주는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건국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건국대학교와 백석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시민인문강좌에서 사랑, 질병, 죽음의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관련 논문을 썼으며, 지금은 상호인정의 문제에 관심이 생겨 연구하고 있다. 「케이트 쇼팬의 『각성』에 나타난 가족서사와 사랑의 문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로서의 몸: 샬럿 브론테의 『빌레트』에 나타난 질병의 문제」 등의 논문과 『그로테스크의 몸』(공저), 『내 몸을 찾습니다』(공저), 『죽음, 지속의 사라짐』을 썼다.
[목차]
책을 내며 1_가족은 꼭 필요한가? - 최은주 2_‘미친 엄마’ 노릇, 누구의 탓? - 서길완 3_‘인크레더블’한 가족 이야기 - 윤소영 4_부모와 자녀의 불가능하지 않은 만남 - 정지은 5_싱글맘 인터뷰: “괜찮아요, 우리 가족” - 사미숙 6_사랑과 폭력의 근원, 가족을 떠나보내며 - 이은주 7_나는 혼자 산다 - 김운하 8_공감, 동일시 그리고 사랑 - 이은정 9_가족과 법: 사랑과 연대의 제도화 - 서윤호 10_변화하는 가족 - 김종갑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변치 않는 화석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을 좇아서 꽃이 피고 지듯이 가족도 역사의 능선을 타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꽃이 피어 있든 낙엽이 떨어지든 앙상한 가지만 달고 있든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나무이듯이 가족도 끊임없이 형태를 달리하면서도 가족으로서의 성격과 특징을 잃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가족은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집단을 일컫는다. 혈연관계가 가장 일반적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그것이 가족의 절대적 본질은 아니다. 친자가 아니더라도 입양을 통해서 가족의...... [책속으로]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변치 않는 화석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을 좇아서 꽃이 피고 지듯이 가족도 역사의 능선을 타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꽃이 피어 있든 낙엽이 떨어지든 앙상한 가지만 달고 있든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나무가 나무이듯이 가족도 끊임없이 형태를 달리하면서도 가족으로서의 성격과 특징을 잃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가족은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집단을 일컫는다. 혈연관계가 가장 일반적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그것이 가족의 절대적 본질은 아니다. 친자가 아니더라도 입양을 통해서 가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또 가족의 울타리는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책을 내며)
부모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를 최상으로 키우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다른 누구보다도 좋은 부모와 양육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아이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한 일들은 오히려 독이 되어 아이와 부모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상처 없이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연신 아이의 주변을 맴도는 사커 맘, 미니밴 맘, 헬리콥터 맘은 독립적으로 자기 일을 할 수 없거나 어떤 것에도 만족을 못하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 수 있다. 바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우리가 간파해야 하는 것은 열혈 엄마노릇을 추동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미친 엄마’ 노릇, 누구의 탓?」)
계속해서 불거지는 가족의 위기나 해체라는 현상도 순수가족의 맥락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동거, 독신자, 미혼모, 편모나 편부 가정 등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도 가족은 해체될 수가 없다. 가족의 첫 번째 기능이 사랑과 정서적 결속감, 안정감에 있다면 동거나 동성결혼이 가족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만약에 가족에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정서적 결속의 부재다. (……)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화목한 가족-아버지, 어머니, 자녀-의 이미지는 19세기 이후 150년 이상 발달한 과정의 결과였다. 그러나 그러한 가족이 반드시 바람직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맑스는 “사람들이 결혼하여 개인적이고 가정적인 생활이라는 자그마한 불행에 스스로 굴복하는 것만큼이나 우둔한 짓은 없습니다”라고 고백했던 적이 있다. 아무튼 그와 같은 형태의 가족도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남녀부모와 자녀라는 하나의 구조로 이상화되었던 가족이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단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가족의 공통분모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사랑과 정서적 유대가 없는 곳에는 가족도 없는 것이다.(「변화하는 가족」)
‘가족은 꼭 필요할까?’ 혹은, ‘가족은 반드시 소중하기만 할까?’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에서 엮어낸 『우리는 가족일까』는 10명의 인문학자와 필드워커들이 가족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 주며 왜 지금 또 진부한 ‘가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가를 풀어낸다. 가족법, 소설, 영화, 철학, 상담(사이코드라마), 인터뷰 등등 다양한 접근과 방법론을 통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와 무의미를 떠나 가족이라는 삶의 조건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진정 가족 혹은 결혼을 통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물을 것을 요청한다. ... [출판사서평]
‘가족은 꼭 필요할까?’ 혹은, ‘가족은 반드시 소중하기만 할까?’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에서 엮어낸 『우리는 가족일까』는 10명의 인문학자와 필드워커들이 가족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 주며 왜 지금 또 진부한 ‘가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가를 풀어낸다. 가족법, 소설, 영화, 철학, 상담(사이코드라마), 인터뷰 등등 다양한 접근과 방법론을 통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와 무의미를 떠나 가족이라는 삶의 조건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진정 가족 혹은 결혼을 통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물을 것을 요청한다.
“21세기, 당신만의 가족을 개발하십시오.” 가족이 없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행복하지 못한 것은 두려운 일이다!
많은 불행한 이들에게 가족이란 무의미한 단어다. 아픔과 상처로 범벅된 이름이기도 하고, “우리가 남이가” 하는 암묵적 강요 속에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가족은 꼭 필요할까, 내지는 과연 무엇이 가족인 것일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우리는 가족일까』(은행나무 刊)는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내외의 10명의 인문학자와 필드워커들이 가족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 주며 왜 지금 또 진부한 ‘가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가를 풀어내고 있다. 가족법, 소설, 영화, 철학, 상담(사이코드라마), 인터뷰 등등 다양한 접근과 방법론을 통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와 무의미를 떠나 가족이라는 삶의 조건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진정 가족 혹은 결혼을 통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물을 것을 요청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의 정신을 발달시키기에 가장 협소한 장소로 가족을 꼽았다는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혼자 사는 남자들이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이 될 정도인 이 시대에,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배려의 기술’로서의 가족 발명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는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묻는 걸 멈췄다. 미친 듯이 스펙쌓기에 올인하는 취업준비생은 내가 정말로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건지, 가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묻는 걸 멈췄고, 솔로인 이들에게 무슨 날만 되면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지겨운 질문을 하면서 사람들은 과연 결혼이 꼭 필요한지, 그 결혼 이후에는 뭐가 어떻게 될 것인지 묻는 것을 멈췄다. 그러다 이따금씩 미국에서, 러시아에서 들려오는 ‘동성결혼’에 대한 국제기사를 보면서 가족을 꾸리는 것에 대해 조금은 거리감을 가지고 ‘생각’을 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족을 만든다는 게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비로소 생각을 하고 질문을 던진다. 물 속의 물고기가 물을 인식하지 못하듯이 너무나도 익숙한 삶의 방식 혹은 전제 조건을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는, 생각과 질문을 위해 어떤 계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가족일까』를 엮게 된 바탕이 된 시민 인문강좌에서 수강생들은 ‘가족’에 대한 강의가 왜 필요한지 의아해했다.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당연한 조건인 가족에 대해 무슨 강의가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하담?!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과 우리에게, 이 책과 가족에 대한 질문은 프레임 밖을 사유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포스트모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끼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는 대꾸는 가족의 전근대성을 실감하게 하며, 의미가 있건 없건 가족이라는 조건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논의, 익숙지 않은 논의의 시급성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엄마-아빠-자녀로 이루어진 3인 이상의 가족을 모델로 만들어 놓고 그 가족 삼각형에서 조금만 틀어지면 모두를 비정상과 결손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전환시킬 수 있을까? 이 책은 인간의 삶에 가족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다양한 가족형태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이야기까지를 아우르며, 가정은 즐겁고 행복한 ‘홈 스위트 홈’인 것만이 아니고 고통과 상처의 뿌리가 될 수도 있음을 밝힌다. 가족을 떠나거나 해체하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일이야말로 두려운 일임을, 그리하여 우리는 일종의 자기배려의 기술로서 스스로의 행복을 위하여 저마다 행복한 가족형태를 발명할 필요가 있음을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에서 행복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한 지금, 우리가 깨닫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불행감이다. 이런 때에 가족은 불행감을 완화시켜 주는 최후의 보루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 4인용 식탁을 채우는 것만이 이상적인 가족이 아니라 1인의 나홀로 가족이든 한부모 가족이든 조손가족이든 더 좋아지기 위한 과정에 있는 선택 형태이다. - 최은주, ?가족은 꼭 필요한가??
가족을 구성하는 법칙:행복》가족=내용》형식
물리적인 법칙과는 달리, 정신적인 법칙에는 절대적인 것이란 없다. 가족의 법칙도 마찬가지. 아무리 냉철하고 객관적이고 흔들림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 포함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십수 년 전 사건도 엊그제 난 생채기처럼 여전히 아프고, 어떤 사소한 것일지라도 결핍은 확대되어 우리를 괴롭힌다. 가족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와 고통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고 사라지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오히려 점점 커지고 왜곡되기 일쑤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하는 유사 엄마/아빠가 많은 것은 다다익선의 법칙을 위반하며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일이 된다. 이에 한 미혼싱글맘은 말한다.
아이를 돌봐주고 사랑해 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잖아요. 그게 꼭 엄마, 아빠가 아니어도. 제 딸은 우리 공장에 있는 많은 이모와 삼촌들이 엄마, 아빠의 역할을 다 해줘요. 제가 일하랴 교육받으랴 정신없이 다녀도 우리 애는 너무 잘 자라고 있어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랑해 주고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양육의 책임과 권리가 엄마, 아빠에게만 주어지는 건 너무 좁은 생각인 것 같아요. - 사미숙, ?싱글맘 인터뷰: “괜찮아요, 우리 가족”?
단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 시대정신이 된 지금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분류법을 벗어나는 현상을 보고 사람들은 위기다, 해체다, 문제다!라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일까』의 저자 중 한 명인 김종갑(몸문화연구소 소장)은 가족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며, 아무리 각기 다양한 가족형태가 증가하더라도 그것이 부정적 의미의 가족해체의 전조가 되지 않음을 주장한다. 다양한 가족의 공통분모는 ‘엄마-아빠-자녀’라는 형식이 아니라 사랑과 정서적 유대라는 내용이며, 만약에 가족에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의 형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결속의 부재에서 온다는 것이다(10장「변화하는 가족」). 앞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가족은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 형태”의 도중에 있고, 그것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소 초라하게 보이는 ‘나 혼자’ 사는 1인가구이건, 언뜻 시트콤에서만 유쾌하게 보이는 동성커플이건, 혹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공간을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주거 형태이건 간에 잊지 말아야 할 대원칙은 ‘가족’보다는 ‘행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반드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기 때문에 가족이 된다/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가족에 대한 주요개념을 혈연에서 사랑과 연대로 이동시킨다. 책을 펴내며 김종갑 소장이 밝혔듯이 “이제 우리는 족보책을 집어 드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우정에 대한 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사미숙은 미혼의 싱글맘, 혹은 이혼한 후 아이들과 살아가는 싱글맘들을 인터뷰 한 글을 중국 윈난성 모쒀족 이야기를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모쒀족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사랑은 계절과 같아서 왔는가 하면 또 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 부족의 아이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은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의 형제자매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한 사람의 아버지가 아니라 여럿의 외삼촌과, 한 사람의 어머니가 아니라 여럿의 이모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들은 우리의 기준에선 모두가 미혼모이고 모두가 결손가족이지만 저자는 “모쒀족의 아이들이 우리의 아이들과 다르게 어떻게 자랐을지를 상상해 보”자며 배타적이지 않은 새로운 가족관계를 제안한다. 가족 해체 위기에만 집중하여 가족을 재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가득한 속에서, “해체와 반대로 똘똘 뭉치는 가족이 있으며, 저하된 출산율과 반대로 불임시술에 인생을 거는 부부도 있다는 사실은 가족이 획일적으로만 이해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하는 최은주처럼, 기존 틀을 벗어나 창조적으로 가족을 상상하고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는 많은 개념을 타성에 물든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고(정지은,「부모와 자녀의 불가능하지 않은 만남」), 지금까지 그 타성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신발사이즈나 키처럼 나에게 할당된 수치처럼, 타성에 젖은 디폴트값으로 우리는 가족을 생각해 왔다. 아파트 광고나 공익광고에서처럼 웃음과 활기가 넘치는 평화로운 가족을 이데아로 하여 나머지는 다 그에 못 미치는 복사물에 불과했으니, 늘 불만족스럽고 불행한 것이 당연지사. 영국의 소설가 재넷 윈터슨은 한 인터뷰에서 동성결혼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결혼을 하다니] 동성애자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지 않았나요?”(Haven’t they suffered enough?) 게이로 사는 것도 힘든 세상에서 아니, 결혼까지 하다니! 『우리는 가족일까』는 반드시 기존의 가족을 넘어서자고, 기존의 가족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다만, 고통스럽다면 그 관계는 아무리 피로 맺어졌더라도 깨지는 게 옳다고 말한다. 위에 인용한 소설가의 말처럼 결혼과 가족이 괴로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겐 무진장한 기쁨과 안정을 줄 수도 있다. 어떤 것도 될 수 있고, 그 모든 게 정답이다. 가족 이데올로기를 해체하자는 주장보다 우리 모두 사랑하고 행복하자는 주장이 이 책의 전반에 흐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일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있어 행복할 수 있을 때이다.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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