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마루야마 겐지 역자:고재운 바다출판사
[책소개]
자기다운 시골 생활을 찾을 때만이, 시골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당신의 젊음을 죽이는 적들》등을 펴낸 바 있는 마루야마 겐지가 귀촌,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전하는 책이다. 그는 시골에서 47년째 살면서 겪은 시골 생활을 쓴맛, 단맛을 고스란히 담아냈으며, 평온하고 고요한 삶이 시골에 있으리라 환상을 품은 사람들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골의 냉혹한 현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조언으로 무장했다.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하다’고 특히 강조하면서,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시골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 생활로 느슨해진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주는 곳임에는 분염하며, 자기다운 시골 생활을 찾아냈을 때에 비로소 참다운 시골살이를 해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
마루야마 겐지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
문단에 데뷔한 직후부터 현재까지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고향 오오마치로 돌아가 일본 북알프스를 마주하고 부인과 함께 거주하며 소설 창작과 문학의 광맥을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 독특한 문체를 지향하는 마루야마 겐지는 「마르코 폴」지가 현역 편집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50년 뒤에도 일본 현대문학사에 남을 작가 베스트 14’에 선정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천일의 유리』『정오이다』『붉은 눈』『화산의 노래』『설레임에 죽다』『물의 가족』『혹성의 샘』『봐라, 달이 뒤를 좇는다』『천년 동안에』『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도망치는 자의 노래』와 소설집『어두운 여울의 빛남』『아프리카의 빛』『달에 울다』『낙뢰의 여로』, 그리고 에세이로 『아직 만나지 못한 작가에게』『검둥수리 찬가』『알프스 소식』『소설가의 각오』『산 자의 길』『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귀농, 귀촌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타의로든 자의로든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서, 삭막한 도시 생활에 염증이 나서, 인간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어서, 건강을 되찾고 싶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골에 가면 그런 바람이 이루어질까. 시골로 이주했다가 도시로 되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귀촌, 귀농을 꿈꾸는 이들을 향한 마루야마 겐지의 직언이다. 겐지는 68년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이후 자신도 시골로 내려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시골에서 산 지 올해로 47년째. 시골 생활의 쓴맛, 단맛을 다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겪은 시골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별 고민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내려가 소중한 퇴직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더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맥없이 다시 도시로, 그것도 거의 무일푼으로 돌아가는 신세”가 되곤 한다. 그래서 겐지는, 시골에서 산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 이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겠지만 냉혹한 현실을 하나하나 집요하게 들이대며 그들이 왜 시골로 내려가려 하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점검하게 한다.
어딜 가든 현실은 따라온다
먼저 겐지는 시골로 내려가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현실 도피’라면 일찌감치 그만두라는 일침이다. “도시에서 현실은 분명 혹독”했고 “시골 또한 도시 이상”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아주 상식적인 인생의 본질을 시골 생활을 떠올리자마자 쓱 잊고 말았느냐”
며 묻는다. 어딜 가든 현실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보다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확고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 위해 시골로 가려는지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세우라 한다. 확실한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가 시골 생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도예에 전념하기 위해, 계곡 낚시를 깊이 연구하기 위해, 독서에 몰두하고 싶어서, 집안 사정 탓에 한때 포기했던 학문이나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와 같은, 다른 일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의 강한 목적이 없으면 그만두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131쪽에서
시골이 더 시끄럽다
반면 공기가 맑으니까, 자연이 아름다우니까, 농사를 짓고 싶어서, 인정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내려갈 거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다 한다. 환상이나 망상 위에 세워진 사이비 목적들이기 때문이다. 시골이라고 공기와 물이 맑고, 고요하지만은 않다. 시골 행정 관계자를 비롯해 주민들은 대부분 환경문제에 둔감하다. 유해한 공장이라도 유치 대가로 그 지역에 약간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그걸로 족해 항의하는 이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하천이나 지하수가 오염돼 지역 주민들 건강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시골이 고요할 때는 농한기뿐이고 그 외 계절은 온갖 농기계가 내는 엔진 소리로 시끄럽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떠들썩한 굉음으로 가득한 곳이 시골이다. 물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소음 재앙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시골 소음이 훨씬 더 귀에 거슬리고 잠을 방해한다. 고요한 가운데 발생하는 소음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목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이런 주민들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다 혼자 들고일어나게 된다면 왕따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눈엣가시로 취급당하고,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외면당하고, 말도 한마디 들어 주지 않게 되어 결국에는 음습하고도 음험한 온갖 골탕을 먹게 될 것입니다.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불쾌감을 주는 헛기침을 하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뱀을 던져 넣는다든지, 집 근처에서 마른 풀을 태운다든지, 수도관을 끊어 버린다든지, 농약 섞인 사료를 개가 산책하는 길에 둔다든지 하는 일이 당신이 이사를 가기 전까지 끊임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79쪽에서
시골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무지하다는 것 외에 있는 자와 어울리고 강자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사무쳐 있고, 그것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자세고, 그런 기강을 절대로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곳이란 살기 힘든 곳이란 뜻
아름다운 풍광의 이면도 말한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생활 환경으로는 가혹하다는 뜻이다. 전망이 좋은 고지대에다 햇볕이 잘 드는 경사진 남향이라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홀려 선택했다가 어처구니없는 참극에 휘말릴 수 있다. 암벽 붕괴나 산사태가 일어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산에서 솟아나는 물이 필지 안으로 흘러드는 조건이 마음에 들고, 도시에 사는 친구를 초대했을 때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 그곳에 살게 되면 토사류에 휩쓸려 변을 당할 우려도 있다. 그러므로 시골 사람들이 그곳에 살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하게 된다.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 보려고 귀촌하는 사람들을 향한 조언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농사를 얕보면 안 된다. “농민들이 오랜 시간 물 흐르듯이 척척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어릴 적부터 육체노동으로 단련해 온 강인한 다리와 허리로 힘을 잘 배분해 전혀 무리를 하지 않는, 실로 효율적인 일머리를 몸에 익혔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야채를 길러 먹으려고 재미 삼아 괭이를 드는 수준이라면 괜찮다.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 등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야채를 기를 수는 있다. 첫 수확물을 식탁에 올렸을 때의 감동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 감동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우선 너무 많이 거둔 야채가 고민거리가 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확해야 하는 일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소금에 절이고 된장찌개에 넣고 다른 것에 곁들여도 다 먹어 치울 수가 없다. 도시라면 가까운 이웃에게 나눠 줄 수라도 있으련만 주변이 죄다 농가니 아까워도 버릴 수밖에 없다. 먼 곳에 사는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떠넘겨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운송비가 장난 아니다. 이왕이면 여러 야채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다양한 품종을 소량으로 기르기로 마음먹는다. 실제로 해 보면 너무 힘들다. 야채마다 성질이 달라 기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의 양이며 잘 맞는 흙이며 일조량 등이 모두 달라 한 밭에서 기를 수가 없다. 간신히 출하 단계에 이르더라도 수입으로 연결하려는 생각은 꿈에도 해서는 안 된다. 야채의 형태를 띠었을 뿐 맛, 크기, 양 등에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 수준에 이르려면 목숨이 모자랄 수도 있다는 게 겐지의 진지한 조언이다.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인정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 시골로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근원적인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간다. 홀로 설 때까지 집요하게 좇는다. 그런데도 고독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시골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이후 결과는 빤하다.
자기 집과 다른 집을 그리 분명하게 구별하지 않아, 상대방 사정 따위는 개의치 않고 아무 때나 찾아와서는 부르는 동시에 서슴없이 방으로 들어오는 깔끔치 못한 왕래에 피로를 느낄 것입니다. 게다가 성장 과정, 직장 경력, 가족 구성, 친척 관계, 지병 유무 등을 캐물을 뿐 아니라 심지어 예금 잔고가 얼마인지까지 파고드는 통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결국에는 논두렁길 저 너머에서 오는 모습만 봐도 몸이 오싹해집니다. -117쪽에서
이런 이유로 겐지는 시골살이를 시작할 때 그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정도를 미리 정해 두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단호한 양자택일밖에 없다. 긴밀히 할 것이냐, 거부할 것이냐다. ‘적당히’는 도시에서는 가능해도 시골에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울리지 않고 미움을 사는 편이 어울리고 나서 미움을 사는 편보다 원망이 훨씬 더 적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지 않으면 외로우리라는 약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귀촌은 깨끗이 단념해라.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시골에선 도시에 비해 범죄가 적으리란 생각 역시 환상이다. 시골의 범죄 발생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범죄 형태도 흉악해진다. ‘설마 이런 곳에서’ 싶은 산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시골에서 살려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기개가 도시에서보다 더 필요하다.” 범죄자들에게 도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은 허술하게 방범하는 데다 적당히 돈을 가진 좋은 먹잇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겐지는 구체적인 호신법도 제시한다. 강도의 등장에 컹컹 짖어 댈 큰 개를 기르고, 강도에게 맞설 무기를 손수 만들어 놓으며, 강도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집 지을 때 특별히 침실을 견고한 구조로 만들어 ‘요새화’하라는 것.
가장 좋은 방법은 집을 지을 때 침실을 특별히 견고한 구조로 만드는 것입니다. 방범벨이나 센서등, 방범카메라나 경비회사에서 빌린 전기충격기 등은 시골에서는 거의 일시적인 안심 정도의 효과밖에 줄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경비회사와 계약을 했더라도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려 그 사이에 일당은 일을 끝내고 자리를 떠 버립니다. 가능합니다만 단념하게는 할 수 있습니다. 침실을 요새화하는 것입니다. -95쪽에서
그래도 예기치 못한 침입에 대비해 살인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무리와 대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는 준비해 둡시다. 도움이 될 만한 무기는 창입니다. 진짜 창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비싸기도 하니 직접 만듭시다. 자루 길이는 1미터가 조금 넘게 하고, 자루와 날이 하나로 된 튼튼한 등산용 칼이나 부엌칼을 창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날 길이에는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길면 부러지거나 휘는 경우가 있고, 너무 짧으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 무기는 상대를 물리치려는 엄포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런 인식은 버리기 바랍니다. 어중간한 저항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 문을 부수고 적이 침입하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분을 토하면서 적의 복부를, 명치 언저리를 노려 기세등등하게 내찌르십시오. 찌른다기보다는 창과 함께 기를 쓰고 덤비는 식의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97쪽에서
너무 진지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준엄함과 각오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시골에 내려가면 자연히 건강해지리란 생각도 안일한 것이다. 애써 환경을 바꾸더라도 생활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맑은 물도 공기도 고요함도 다 소용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술과 담배, 폭음과 폭식, 밤샘 등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한 건강한 삶은 요원하다. 자연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이다. 몸에 나쁜 것을 그만두지 못하는 야생동물은 곧 죽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패배자는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거나 다스릴 방향을 잡지 못한 사람이다. 몸과 마음에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날이 쌓이면 보통의 갖가지 병에서 벗어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늙어 죽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
시골은 분명 불편한 곳이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하다.” 이주하고 나서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며 불평을 한들 소용이 없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곳에서 살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편함은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주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할 힘을 길러 주며, 그 과정에서 본래 모습도 찾게 해 준다. 자기다운 시골 생활을 찾아냈을 때라야 유행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딘 참다운 시골살이가 시작된다. 자기다운 시골 생활은 오로지 자신이 찾는 수밖에 없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말이다.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