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것
-나희덕-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서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 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난만한 그 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하, 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떼
출처: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 1994)
<한 마디 - 강학중>
한 생명을 잉태하거나 출산해 보지 못한 나같은 남자가
진정한 모성을 느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세상의 어린 생명들을 쳐다보며
한없이 양순해지던 나
그리고 평화롭던 그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참 혼탁한 세상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태어나는 때묻지 않은 영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도 자신의 피붙이를 버리는 부모와
애완동물을 함부로 유기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일까?
문득 어머님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