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아들 없는 내게 손자 놈이 태어났을 때 내 잠든 성도 함께 깨어났는지
얼굴은 보이지도 않고 그놈의 고추에 관심이 많았다
거기로 쏠려 버렸다
걸음걸이를 하던 순간부터 말머리를 알아먹는 순간부터 고추 좀 보자
새가 베어 먹었나 어디 좀 보자 내가 간절히 보채면
바짓가랑이를 쭉 벗겨 내리며 그 예쁜 것을 시원하게 보여 주었다
내 먹구름도 싸악 벗겨져 나갔다 그 참 황홀한 맛!
그 똘똘하고 뿌듯한 하늘이 다섯 살이 되는 새해에도 나는 그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세뱃돈 줄게 고추 좀 보자
강아지가 물고 갔음 어째 좀 보자 한 번만 보자 보채는 나에게
이놈 눈 딱 부라리고 날 쳐다보며 하는 말
할머니는 변태야!
고놈이 내 맛있는 병명을 알아 버렸네 내 배꼽 아래 변태가 꿈틀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