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아버지
신현림
- 엔조이나 하며 혼자 살고 말지. 재혼 생각은 왜 해 - 엔조이라는 낚시바늘 쓰기가 쉬운 줄
아세요 아버지 과식하지 마세요 - 언제 과식하도록 사줘 봤어? - ㅋㅋㅋ
아버지의 유머로 집 안은
아카시아 꽃냄새가 난다 이승의 어느 한때, 이 웃음은 희망의 등을 켠다 정치가로 사시면서 엄마를 벼랑까지 내모시더니 가게 돌보며
엄마 병 수발에 손수 요리와 청소, 아들 옷 다림질까지, 살림하신 지 십 년째
"나한테 요리 안 배우고 어딜
갔어 어서 와 밥 먹으렴 어떻든 자식에게 따스운 밥 해 먹이고 싶은 게 부모 맘이란다" 밖을 돌다 온 손녀와 딸을 위해 저녁밥
지어주신 나의 웰빙 아버지 하아, 멋진 아카시아 꽃냄새 난다 방 안을 헤엄치는 푸른색 물고기 한
마리
[출처] 신현림 시집 <해질녘에 아픈 사람> / 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