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예정대로 치를 수만 있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절감하는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연기하고 취소하고 위약금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제 결혼식을 치를지 기약조차 할 수 없어 혼인신고부터 하거나 신혼살림 부터 시작하는 커플도 있다. 거리두기 4단계로 참석 인원을 49명까지만 허용하자 “공간의 크기에 상관없이 왜 결혼식 인원만 가혹하게 제한하느냐?"는 불만도 크다.
나는 코로나 이전에 딸아이와 아들을 모두 작은 결혼식으로 떠나보냈다. 가족과 아이들의 절친만 초대한 결혼식이라 정작 내
친구는 한 명도 부르질 않아 오래도록 원성 아닌 원성을 들어야 했다. 무조건 하객 수와 비용만 줄인다고 해서 작은 결혼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신랑신부가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결혼식, 직계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들의 진심 어린 축복을 받으며 분수에 맞게 치르는 결혼식이 작은 결혼식의 참뜻이 아닐까?
남들만큼은 해야지 하는 마음에 과시욕까지 더해 허리가 휘는 결혼식, 허겁지겁 눈도장만 찍고 식당으로 직행하는 결혼식, 청첩장에 아예 계좌번호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결혼식은 이제 졸업할 때이다. 하지만 다들 ‘이게 아닌데, 이건 정말 아닌데’ 하면서도 누군가가 나서서 잘못된 결혼식 문화를 바꿔주기를 바랄 뿐 먼저 행동으로 옮기질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가족 위주의 결혼식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참에 작은 결혼식이 건강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라며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1. 신랑신부가 모아둔 돈과 양가 부모님이 지원해 줄 수 있는 돈을 합친 금액 내에서, 빚내지 말고 검소하게 준비하자.
2. 하객은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신랑신부를 잘 아는 직계가족과 정말 친한 친구들로 제한하자.
3. '그동안 낸 축의금이 얼만데’ 하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축의금 안 받고도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가정은
사돈과 협의하여 축의금을 사양한다면, 축의금을 못 내게 한다며 화낼 사람이 있을까? 축의금을 받아야만 되는 형편이라면 기꺼이 축의금 내고서도 진심으로 축복해 줄 하객만 초대하자. 4. 식사 인원 보증제나 강제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이 없는 공공기관이나 종교시설 등을 물색해 보자.
5. 결혼식을 평일 오후나 저녁때에 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식사 대접만 생략해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식사 대접 대신 간단한 답례품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것도 방법이다. 6. 예물은 상징적인 반지 정도로 줄이자.
7. 혼수는 신혼살림에 필요한 것만으로, 무조건 크고 비싼 것이 아니라 최적의 용량으로 준비하자.
8. 예단은 양가 부모님께만 드리는 것으로 하고
9. 예복은 결혼식 후에도 입을 수 있는 평상복으로 준비하면 어떨까?
10. 신혼여행은 두 사람의 취향에 맞추되 너무 욕심내지 말고 일정을 느긋하게 짜는 것이 좋다. 마음만 신혼이면 언제 떠나도
신혼여행이다. ‘평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이라는 함정에 빠져 과소비하는 일은 피하자. 신혼 여행비를 절약하여 예비 생활비로 책정해 두면 대단히 요긴하게 쓸 일이 생긴다. 11. 함과 폐백이나 이바지 음식은 원래 그 취지가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일이다. 함은 신랑이
직접 가져가거나, 이바지 음식은 생략해도 좋다. 음식이나 한복, 도우미 수고비가 필요 없는 간소한 폐백으로 준비하여 시부모만이 아니라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자. 폐백실이 따로 없다면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드리는 것으로 폐백을 대신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12. 약혼식은 생략하고 상견례로 대신하자
13.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이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하여 우리 부부만의 특색 있는 새 출발을 만들어
보자. 하지만 무조건 튀는 결혼식, 특별한 결혼식이 목표일 필요는 없다. 부부 주례, 여성 주례, 여성사회자, 신랑·신부 동시 입장, 주례 없는 결혼식, 신부도 신부대기실이 아닌 식장 앞에서 하객을 맞으며 인사하는 결혼식, 덕담 노트를 미리 비치하거나, 에코웨딩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결혼식, 화환은 사양하고 생화 대신 화분으로 장식했다가 하객들에게 나눠주는 결혼식도 참고할 만하다. 사례만 하면 부를 수 있는 아나운서나 가수에게 진행을 맡기지 말고 조금 미숙하더라도 가까운 친구나 과시하기 위하여 신랑 신부를 알지도 못하는 사회 저명인사를 주례로 초청할 것이 아니라 신랑·신부를 잘 아는 분, 지속적으로 삶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어른을 모시자.
그러나 정말 더 중요한 것은 ‘결혼식 준비’가 아니라 ‘결혼생활 준비’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엄연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부부 됨과 부모 됨, 사위와 며느리의 도리에 대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음을 명심하자.
출처 : 미디어SR(http://www.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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