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노트]
가정에도 경영을 접목하자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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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기업의 신임 임원교육을 하러 갈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마음이 편칠 않다. 대기업의 임원이라는 저 자리에 앉기까지 얼마나 앞만 보고 달려왔을까, 그래서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에 임명되었을텐데 다시 실적을 쌓고 성과를 내어 연임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일 중심으로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쌓여가는 결재 서류에 연이어 열리는 각종 회의와 행사, 숫자로 평가되는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현실, 쌓이는 스트레스와 이어지는 술자리, 예전 같지 않은 몸과 높아져가는 아내의 목소리, 겉돌기만 하는 아이들, 그리고 문득문득 밀려오는 외로움과 노후에 대한 불안까지….
사회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고 배우자와 자녀들의 의식과 가치관까지 변화하면서 그 변화의 속도를 못 쫓아가는 가장들의 고민은 깊어져간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나 회사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경영’ 하면 으레 기업 경영을 떠올리지만 요즘은 병원경영, 학교경영, 국가경영이다 해서 어느 분야에서건 ‘경영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 옛날 옛적에 봉구와 명자가 얼굴도 못 보고 부모님이 짝지어주는 대로 결혼해서 살았던 농경사회에서는 굳이 가정경영 같은 것은 몰라도 되었다. 하지만 요즘같이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결혼이나 이혼, 부부 역할이나 효도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평균 수명까지 늘어나는 시대의 ‘가정’은 사랑하는 두 남녀가 대충 꾸려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으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는 불행한 가족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럼 가정을 잘 경영하면 뭐가 좋아지는 걸까. 부부간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가족이 행복해지면 우리 자녀들의 결혼생활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단 자녀들뿐만 아니라 우리 손자 손녀들의 삶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니 내 가정을 잘 경영하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유산을 물려주는 비법인 셈이다. 집안이 평안하니 내 일에 몰두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 회사의 생산성과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석이조인가. 게다가 가족의 불행으로 빚어지는 각종 사회문제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니 천문학적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럼 가정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선순위를 조절해야 한다. 지나치게 일 중심, 돈 중심, 친구 중심, 술 중심이었던 생활에서 벗어나 일과 가족의 조화로운 균형을 위해 삶의 중심을 가족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좀 더 늘리고 그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게 가족식사를 하는 날을 정해 보자.
절대적인 시간을 도저히 내기가 어렵다면 문자나 이메일, 편지나 전화로 가족이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지, 밤늦은 시간에 내가 이렇게 술 마시고 있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때를 놓쳐도 나중에 보충할 수 있는 것이 있지만 자녀들의 인성이나 부부간의 화목, 신뢰는 중요한 때를 놓치면 그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타의에 의해 그 일에서 밀려나고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당해 괴로워하는 이 시대의 가장들을 참 많이 보았다. 언젠가는 일에서 은퇴하고 자녀들마저 결혼해서 내 곁을 떠나면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할 시간이 20~30년, 40년에 가깝다. 그러나 각자 엇박자로만 살면서 부부간에 공유하는 부분이 없을 땐 사소한 일이나 갈등만으로도 부부관계에 금이 가고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
우리 회사나 조직의 발전을 위해 내가 쏟는 노력의 1/3, 1/4 아니 1/10만이라도 가족을 위해, 가정을 위해 투자해 보자. 그러면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다. 기업경영과 가정경영은 다른 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많다. 기업 경영을 위한 변화경영과 지식경영, 윤리경영, 투명경영의 지혜, 목표관리와 고객만족, 품질관리와 의사소통, 리더십의 노하우를 우리 가정에도 멋있게 접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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