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달라지는 행복의 조건
돈보다는 삶의 질을 따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도 좋아하지만 가정과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는 회사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하는지,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반갑다.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며 오늘을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오늘 최선을 다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할 수 있다면 내일도 행복하리라고 믿는 것이다. 요즘은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 많은 사람들의 화두가 되었다. 행복의 조건을 한 마디로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돈을 첫째로 꼽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집이나 자동차를 사고 쇼핑이나 외식을 하거나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돈 없이는 어려우니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돈이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바닷물 같은 것이어서 웬만한 부로는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가 힘들다. 세상살이가 힘들수록 돈의 매력이 점점 더 커보여서 돈이 행복한 삶으로 데려다주는 차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목적이 되어버린 돈은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돈 외에도 건강이나 일, 사랑, 친구, 감사하는 마음 등등을 행복의 조건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요즘은 행복한 가정,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족이 크게 늘면서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양립은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죽어라 앞만 보고 달리다가 그 일에서 타의로 밀려나 삶 전체가 무너지는 듯 한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는 남성들을 자주 본다. 일을 자기 인생의 전부로 알았지만 정작 가족은 소홀하게 대접한 결과다. 하지만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자신의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못 느끼면 가족의 행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일 따로, 가정 따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과 에너지의 적절한 분배가 중요 그렇다면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의 우선순위를 조절해야 한다.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긴급한 일인지 돌아보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면 나중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도 다시는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모든 에너지를 밖에서 다 소진하고 집에서는 그저 잠만 자는 사람에겐 가족 간의 화목은 기대하기 어렵다. 내 에너지와 시간의 절반, 아니 10분의 1이라도 남겨 가지고 들어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할애해야 한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면서 같이 즐기는 여가 시간을 통해 가족의 화목을 미리 미리 다져놓아야 가족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대화를 할 수 없는 이유, 식사를 함께 못할 이유가 무척 많겠지만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 이유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족식사는 단순히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가족식사를 통해 일상의 경험이나 정보를 서로 나누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식사예절을 가르쳐주고 균형 잡힌 영양을 챙겨주며 가족문화를 세대간에 전수해 줄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나 여행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나가면 그것이 가족자원이 되고 자녀들에게는 값진 유산이 되는 것이다. 가사분담에도 연습이 필요해 맞벌이 부부에게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겠지만 가사분담에 따른 갈등과 불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돈을 버는 일은 부부가 함께 하면서도 집안일과 아이들 키우는 일은 여전히 여자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이제 설득력이 없다. 시대의 변화, 사회의 변화에 맞춰서 나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변화경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누군가가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우리 삶의 모습이 어떨지를 한 번 상상해 보자. 청소는 전혀 하지 않아 먼지가 풀풀 날리고 설거지도 하지 않아 먹었던 그릇에 다시 음식을 담아 먹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빨래를 하지 않아 벗어 놓은 옷을 다시 입고 변기가 막혀 대소변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은 상상조차 끔찍하다. 그런데 그런 일을 아내나 어머니, 딸이나 며느리, 꼭 여성만이 해야하는 것일까? 이제 우리 가족이 모두 다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 장차 우리 아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도 집안일은 나누어서 해야 한다. 노후에 아내에게 구박받지 않고 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활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집안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연습을 남성들이 지금부터 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가사분담을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이제 집안일을 여자 일, 남자 일로 나누지 말고 각자의 소질이나 취향에 따라 가사분담표를 만들어 보자. 물론 가사분담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겠지만 최소한 그런 원칙을 만들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의 벌칙까지 합의할 수 있다면 싸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집안 일의 기준을 조금 낮추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가 아니라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의 행복이 먼저라면 지나친 기준으로 서로를 피곤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도저히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좀 더 편리한 가전제품의 힘을 빌리거나 간단한 외식이나 세탁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가사 분담 문제로 부부끼리만 고민하지 말고 자녀들에게도 반드시 일을 분담시키라는 것이다. 자녀들의 연령에 맞게 분담시킬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공부만 하면 모든 의무에서 면제해 주고 그저 오냐오냐, 제왕처럼 떠받들며 키우는 것은 자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가정과 사회의 배려와 지원이 밑거름
아무리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끼리 결혼하여 산다지만 살다보면 365일, 늘 행복하고 좋을 수만은 없다. 그러기에 칭찬과 격려, 감사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불만이나 서운한 점, 바라는 점을 기분 나쁘지 않게 서로 얘기하고 나누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안 할 수 있는 부부싸움을 일부러 만들어 할 필요야 없겠지만 부부가 서로 잘 싸우고 건설적으로 싸운다면 장점도 있다. 서로를 좀 더 잘 알게 되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표류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부싸움 후에 누구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먼저 손 내밀어 화해를 청하고 조건없이 그 손을 잡아주며 사과하고 격려까지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성숙한 부부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다.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자리를 피하기 어렵겠지만 이제 지나친 음주는 자제하자. 상대방의 주량을 존중하기, 2차와 3차 안 하기, 술잔 돌리지 말기, 아무리 늦어도 밤 12시 전까진 귀가하기, 음주운전 절대 안 하기 등, 우리 집, 우리 직장만의 음주문화를 창조해 보자. 하지만 회사 차원의 배려와 지원이 없으면 개인의 힘만으로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요즘은 친가족적인 정책이나 제도의 실시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이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도 많이 늘었다. 재택근무제나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실시하며 보육 시설이나 수유 시설을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리고 가족상담을 통해 조직원들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며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우수한 인력들이 더 많이 지원하고 이직률과 산업재해도 줄고 기업의 이미지도 개선되어 홍보 효과를 높이고 있다. 부부싸움이나 가정폭력, 가출, 자녀들의 탈선, 별거나 이혼 같은 가족문제는 가족문제로 그치지 않고 우리 회사의 문제나 사회 문제, 국가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어 우리의 안전이나 발전을 위협함을 잊지 말자.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다 행복하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 또한 조직원들이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일할 때 집에 가서도 웃을 수 있으며, 집안이 편안하고 화목해야 우리 조직의 생산성과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하자.
[출처] 한국수자원 사보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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