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점심을 먹다 말고 울컥하고 눈물이 나는 것을 참느라 몹시 애를 먹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 근무하다가 얼마 전 사직한 J상무와 식사를 함께 하면서였다. 30년 가까이 근무했던 직장이라 만감이 교차했다는 마지막 주 토요일 다음은 J상무가 들려준 그 날의 얘기이다. ......주말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날 변변한 수영복도 하나 없이 지낸 당신과 어디 놀러라도 가려면 수영복도 하나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아내와 함께 쇼핑 센터를 찾았다. 수영복을 하나씩 사고 나오는데 아내가 모처럼 영화나 한 편 보자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나오는데 아내가 맥주 한 잔은 또 어떠냐고 물었다. 그럼 집에 있는 애들과 함께 마시자고 했더니 애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곤 집에서 같이 마시는 게 좋겠다고 해서 집으로 왔다.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는 집안 잠시 침묵이 흐르고 몇 초나 지났을까 촛불이 하나씩 켜지는데 아이들과 형제들, 그리고 조카들까지 두 줄로 서서 손뼉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빠의 작은 퇴임식,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보이고 아내가 감사장을 주고 아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낭독하는데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펑펑 우는 나를 보며 아내도 울고 아이들도 울고 형제들도 다 같이 울고...... 그 동안의 사진을 어디서 구했는지 과거 추억의 사진들이 슬라이드 쇼로 벽면에 비춰지고...... 완벽한 아이들의 작품이었다. 집에서 준비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아내와 나를 내보내고 준비가 끝난 시간까지 엄마와 문자로 교환한 뒤 불을 끄고 숨죽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한 편의 영화같은 얘기를 들으며 나도 목이 메고 J상무도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가족 밖에 없더군요" "J상무는 정말 부자네요. 부럽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감동의 실화가 마음을 훈훈하게 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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