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재산인 父子
사춘기 소년과 아빠의 마음 거리 좁히기
자녀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아빠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자녀 양육은 엄마의 할 일이라는 말도
이제 다 옛말이다. 반항기가 오를 대로 오른 사춘기 아들을 향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아빠, 아들은 분명 자신을 기다려준 아빠와 남자 대 남자로 나눌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글: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김예니
Q.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아들에게 사춘기가 왔는지 요즘 부쩍 짜증이 늘고 여동생에게
함부로 대하는 듯합니다. 제가 등산을 좋아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등산도 자주 다녔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이후 야근이 잦아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아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싶지만 한번 멀어진 부자 사이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남자 대 남자로 아들과 이야기하며 인생의
지침을 전하고 싶습니다.
과거엔 아이들 키우는 것이 엄마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자녀 양육에 동참하는 아빠들이 늘면서
'아빠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아빠들이 자녀 양육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자녀의 성적이 향삼됨은 물론 사회성,
도덕성과 자존감도 높아지고 교유 관계도 원만해진다는 것이죠.
사춘기, 이해하고 기다려주기
아들이 사춘기라면 사춘기 자녀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춘기면 다 그러려니' 하거나 '그 때'만 지나면 다
해결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항하지 못하도록 매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도 현명한 태도는 아니고요.
사춘기는 자의식이 싹트고 자아를 형성해가는 미숙한 단계로 감정 기복이 심한 때입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거나 자기 행동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헤아릴 줄 모르기 때문에 주위와의 갈등이 커지기도 하죠. 자신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부모의 도움이나 관심을 원합니다. 부모는 '사소한 일은 이제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하면서도 공부나 친구, 용돈, 이성교제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바로잡아주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 자식 간의 요구와 기대치가 다르다 보니 자주 부딪치게
되는 것이죠. 부모에게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발달 과정상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그러니 반항으로 생각하고 화부터 내거나
여동생과 싸운다고 무조건 나무라고 체벌하진 마십시오. 사랑과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말할 준비, 들을 준비 되어 있나?
아들에게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고민은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십시오. 다만 그런 질문 자체를 아들은 귀찮아하거나 간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 '아빠는 너와 좀 더 친해지고 싶고 너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다'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속마음을 먼저 전하십시오. '네가 지금 이야기하기 싫다면 아빠가 기다릴께'라고 덧붙인다면 아들의 부담을 조금 덜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의 지침을 전하고 싶은 아버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행착오를 겪거나 큰 대가를 치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충고하고
조언해주는 것을 아이들은 따분한 설교나 훈계, 지겨운 잔소리나 간섭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말로도 타이를 수 없지요. 무조건 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대화 방법에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고 아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물어보고 '엄마, 아빠는 항상 너를 사랑하고 믿는다' 는 일관된 마음을 전하십시오.
평가하고 비교하고 단정 짓고 위협하며 아들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말씀을 삼가야 합니다. 사춘기는 부모나 가족보다 친구와의
유대를 더욱 중요시하고 또래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싫어하게 되고 갈등과 불화가 더
커지는 것입니다. 이럴수록 아들과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아빠의 진심이 아들 마음을 움직인다
프로젝트로 야근이 잦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했지요? 먼저 아버지가 일과 가족 간의 균형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면 아들에게 아빠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해를
구해보십시오. 남자 대 남자로 아들과 지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들만의 독립된 시간과 공간을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고 요즘 아빠의 소망이나 고민 등을 먼저 털어놓고 아들의 조언을 청하는 방법도 권하고 싶군요.
딸과의 대화를 통해서 사춘기 오빠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번 멀어진 부자 사이를 성급하게 좁히려고는 하지 마십시오. 믿음을 가지고 아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시기지만 아빠의 진심이 잘 전달된다면 본인의 요구가 100%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큰 불만은 없을 것입니다. 아빠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고 손 내미는 자세,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들의 문제에 대해서 부인과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 분담을 잘하셔서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을 믿습니다.
출처: SK 사보 4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