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워킹맘의 조건
맞벌이 가정의 가족 역할 훈련
Q :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입니다.
저만 유난스럽게 힘들어하는 걸까요? 직장 동료 중에는 직장 생활도 퍼펙트, 아이 양육도 퍼펙트한 워킹맘이 참 많아요. 그런데 저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불규칙적이다 보니 아이의 생활도 불규칙적이고 그러면서 서로 지치게 됩니다. 30분이라도 매일 꾸준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퇴근하고 집안일 좀 하고 나면 체력이 바닥나 버려요.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짧지만 규칙적이고 교육적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A : 맞벌이주부로서 일과 가족을 함께 챙기기가 얼마나 어려우세요?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지 불안하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회의가 들기도 하실 겁니다. 나만 못하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하는 것 같으시겠지만 그들 역시 다른 고민이 또 있을 겁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 자문해 보시고 남편과 상의하여 우리 부부만의 교육관을 먼저 정립해 보세요. 완벽한 엄마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엄마, 부부가 힘을 합쳐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엄마가 훌륭한 엄마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퇴근하고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아이를 꼬옥 안아 주십시오. 거실이 어지럽혀져 있다고 나무
라거나 밥부터 챙기려고 하지 마시고 하루 종일 엄마 품이 그리웠을 아이를 1분, 아니 30초라도 좋으니 따뜻
하게 안아 주시기 바랍니다. “ 00아! 사랑해! 보고 싶었어. 우리 00이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그렇게 한 마디 덧붙인다면 서운했던 아이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겠죠. 저녁을 차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사랑과 관심,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포옹을 먼저 선물해 보십시오. 따뜻한 포옹 그 자
체가 백 마디의 말보다 훨씬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뛰어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 보십시오, 엄마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엄마와 뭘 하고 놀고 싶은지…….
엄마보다 아빠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서로 역할을 바꿔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1시간, 30분이라도
좋으니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여 함께 하는 시간에 몰입해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아이를 위해 내가 뭘 해 주거나 놀아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을 즐겨 보십시오.
하지만 약속을 못 지켜 아이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약속만큼은 지키는 모범을 보이셔야 합니다. 물론 약
속을 못 지켰을 땐 어떻게 한다는 원칙까지 정해 두면 더욱 좋겠죠. 아이가 30분이나 1시간 놀기로 약속했는
데 계속 떼를 쓰고 말을 듣지 않을 땐 그것을 받아주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지키는 데에는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도 예외가 없음을 처음부터 가르치셔야 합니다.
죄책감 때문에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 보상하거나 훈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경계하셔야 합니다. 더
러는 아이들이 그런 부모의 심리를 악용하기 때문입니다. 맞벌이가 아이들에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며
장점도 많습니다. 자녀에게 독립심을 심어주고 일과 가족을 효과적으로 돌보는 역할 모델로서의 엄마 모습
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사회를 보는 넓은 안목과 폭넓은 인관관계의 지혜를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고
요. 문제는, 엄마가 맞벌이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가족이 엄마의 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가가 자녀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남편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상의해 보십시오. 남자 일, 여자 일로 나누지 말
고 서로의 적성이나 취향에 따라 가사분담표를 만들어 놓으면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남편
의 적극적인 분담을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양성평등을 내세우며 남편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왜 우리 남편이 안도와 주고 못 도와주는지 그 이유를 먼저 헤아리고 기분 좋게 요청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십시오. 남편과의 가사 분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드님에게도 집안일은 꼭 가르칠 필요가 있습
니다.
식사 전에 수저를 갖다 놓거나 식사 후 밥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놓기 정도는 초등학교 1학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빨아야 할 옷은 빨래 통에 넣기. 신발 정리하기, 샤워 후에 욕실 정리하기 등,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당당히 시키십시오.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게도 맞벌이 주부의 고충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알아서 도와주기를 바라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으며 피로와 스트레스로 짜증만 늘고 관
계만 나빠질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돌봐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엄마나 아내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도 나의 건강을 챙기고 진정한 나의 감정을 살피고 어루만
져 주어야 합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나 나만을 위한 30분, 나를 위한 용돈 몇 만원 같은 작은 선물을 스스로
에게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과 함께 보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양보다 질을 생각
하시고 전화나 쪽지, 편지, 스킨십을 최대한 활용해 보십시오.
노력해도 힘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부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신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더욱 즐겁게 사시기 바랍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법입니다.
[출처] sk사보 2월호
[글쓴이]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