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월요일
영화 18편을 내리 봤더니 머리가 조금은 멍했다. 여섯 편을 더 보고 나올까 하다가 그렇게 무리를 해가며 볼 건 또 뭔가 싶어 극장을 나왔다. 노인영화제 초청장이 와서 하루를 작정하고 비운 뒤 학중이가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보여주기로 하고 찾은 대한극장에는 노인들이 꽤 많았다.
노인을 주제로 하는 단편영화 여섯 편을 묶어 두 시간 간격으로 보여주는 행사였다. 영화를 전공한 젊은 사람들의 작품도 많았지만 나이 예순을 넘기고 영화를 배운 뒤 작품을 출품한 노감독들의 영화도 볼만했다. 더러 부자연스럽고 매끄럽지 않아서 몰입하기가 어려운 작품도 있었지만 꽤 훌륭한 작품도 있어 놀라웠다.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저 나이쯤 되면 여가를 또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를 상상하니 문득 사전 답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전 답사를 이렇게 열심히 해 놓으면 노년에 내 노후를 좀더 슬기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위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