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월요일
내 다리로 힘차게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절감하고 또 절감하는 요즈음이다. 자전거와 마라톤으로 무리가 갔는지 왼쪽 무릎의 내측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져 몇 주 전 수술을 했다.
X레이 상으로는 이상이 없는데도 통증이 있어 MRI를 찍어봤더니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낙담이 되고 우울해지는지...... 두 차례의 고관절 수술로 다시는 수술 같은 건 안 하고 싶었었다.
입원하러 가는 날 나 혼자 가도 된다고 했지만 집사람과 딸아이가 굳이 같이 간다고 짐을 챙겼다. 사양을 해도 따라가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더니 환자가 같이 가자고 해도 "수술 전 날 혼자 가면 되지 굳이 같이 갈 필요가 뭐 있느냐"고 핀잔을 주는 가족도 있지 않겠느냐며 딸아이가 웃었다.
이번에는 척추 마취가 아니라 전신 마취여서 수술 후 꼼짝도 못하고 머리도 못드는 고역은 면했지만 소변이 잘 안 나와 아랫배를 눌러서 소변을 받아내고 소변줄을 끼우고 잔뇨를 뽑아내는 고통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니 고통없이 용변을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금식을 하고 있다가 물을 먹어도 좋다고 하면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죽부터 시작해서 정상적인 식사가 허락된 후 처음 맛보는 밥과 반찬은 또 얼마나 단지......
그리고 병실 좁은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남편을 챙겨주는 아내와 번갈아가며 면회를 와서 아빠를 격려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새삼 행복이 뭔지를 돌아보고 되새기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됐다.
상처가 아물고 샤워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을 때의 상쾌함 목발 2개를 짚고 다니다 1개로 걷고 다시 목발 2개를 다 놓고 내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됐을 때 내 두 손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또 얼마나 감사한지......
병실에서 시집과 명상류의 책들을 읽으며 조용히 나를 돌아볼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휴가라도 갖다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무릎이 회복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참 행복과 기쁨이 뭔지를 매일매일 확인하고 살고 있으니 무릎 수술이 가져다 준 큰 선물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