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수요일
박덕규선생님! 박덕규 선생님이 서울에 오셨다. 큰 아들이 운영하는 치과에 임플란트를 하러 오셨단다.
참으로 꼬장꼬장하셔서 제자들에게 조금도 신세지거나 폐를 안 끼치려고 하시는 분, 그러나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주신 잊을 수 없는 은사님이기도 하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전학왔을 때 문제지를 서울로 보내 주시고 내가 문제지를 풀어서 보내드리면 채점을 해서 다시 부쳐 주시던 선생님이셨다.
한 번은 친구들의 편지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더니 반 친구들이 쓴 편지를 한 보따리 부쳐주셔서 날 감동시키셨던 은사님이다.
십수 년 전 교장으로 은퇴하신 뒤에는 폐교를 하나 임대해서 평생을 그려온 우리 토기 문양의 유화를 지금도 그리며 <박덕규 미술관>을 운영하고 계시는 훌륭한 예술가시다.
작년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초청 기획전시회를 열어드릴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도 그림 한 점 팔지 않고 사후에 모든 작품을 다 남기고 떠나겠다며 지금도 수도자처럼 생활하시는 존경하는 "선생님"이다.
어떤 사람은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없고 괴퍅하다고까지 얘기할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에 선생님같은 분이 한두 분쯤 있어도 좋지 않으냐,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게 내 생각이다.
중국집에 들러 우동 한 그릇을 드시는 것으로 제자의 성의를 받아주곤 고속버스로 총총히 또 내려가시는 일흔 후반의 선생님 팔이 너무 가늘어 가슴이 시렸다.
하지만 훈훈해져 오는 가슴을 안고 말로서 못다한 인사를 속으로 되뇌었다. "선생님이 남기신 그 정신, 잘 이어가겠습니다.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더 좋은 작품 많이 그리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