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목요일
어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뒷 자리에 앉아있는데 앞 자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기사가 나누는 통화 내용으로 봐서 손님 중에 누군가가 핸드폰을 두고 내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로의 언성이 높아졌다. 운전 중에 핸드폰을 받기도 어렵고 지금 손님이 타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라고 기사가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손님은 막무가내로 지금 핸드폰을 갖다달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택시비 몇 푼 주면 영업 중에도 달려가야 되느냐며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사는 단단히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고 핸드폰을 두고 내린 사람은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댔다.
한참을 참다가 내가 전화를 받아 손님이라고 밝혔더니 금새 목소리가 공손해지면서 기사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좀 전해달라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자신이 화부터 내며 기사에게 따질 일도 아닌 것을 버럭 화부터 냈다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금방 사과할 것을 왜 감정 조절을 못할까 싶어 안타까웠다.
"니가 아무리 전화해 봐라 내가 받나? 아무 파출소나 갖다 주면 되지 내가 미쳤다고 갖다 주냐? 내가 안 갖다 주면 니 놈만 똥끝이 타지."라며 씩씩거리는 기사 역시 손님인 나로서는 불편했다.
날씨는 덥고 경기는 안 풀리니 모든 사람들이 극도로 예민해져 짜증과 신경질만 느는 것 같았다.
저 기사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이며 그 승객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자식일 텐데 아이들과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남편이 되기 위해서 난 어떻게 해야할까를 잠시 반성해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