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월요일
책을 보려고 돋보기를 쓰다 말고 나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다. 평소에 쓰고 있던 안경을 벗는 것을 깜빡 하고 그 안경 위에 돋보기를 쓰려고 했으니...... 걱정하는 아내를 위해 얘기를 할까말까 몇 초간 망설이다 말고 아내에게 얘기를 해 줬더니 아내 역시 폭소를 터뜨렸다. 아내는 나에게 다시 포즈를 취하라고 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까지 찍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걱정하니까 보여 주지 말고 우리보다 연세드신 분들께 보내 주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도 저 모양이니 우리가 깜빡깜빡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며 위안을 삼지 않을까 해서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어젠 목욕탕에 가면서 집에서 입고 있던 트레이닝 바지 위에 청바지를 입고 가서 목욕탕에서 옷을 벗으면서야 발견을 했으니......
치매를 위해 조심하고 예방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야겠지만 크게 상심하거나 상처는 받지 않는다. 나이들면서 생기는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니까.
아내와 나는 치매에 걸리면 서로 부둥켜 안고 고통받지 말고 시설에 보내달라는 얘기를 한지 오래다. 배우자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사랑을 오래오래 안배하여 베풀면서 본인이 건강해야 배우자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