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두 마리 토끼, 어떻게 잡을
것인가?
고무공과 유리공 둘 다 지키기
2000년, 코카콜라의 CEO였던 더글라스 대프트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신년 메시지를 남겼다. "인생은 마치 일, 가족, 건강,
친구, 자기 자신이라는 5개의 공으로 저글링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가도 다시 튀어 오르지만
가족이라는 공은 유리공과 같아서 한 번 떨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금이 생기거나 깨져 버리고 맙니다."
결국 각각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된다는 말이지만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요즈음 맞벌이가 크게 늘고 있는데 여성 인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증가하고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사회 참여 욕구가 높아지면서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 벌어서는 살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경제적인 욕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과 가정을 어떻게 양립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일과
가족은 서로 끊임없이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주고 받으며 평생 동안 파급효과를 낳는 관계이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이 잦고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부모님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본인의 일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회사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거나 직장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가족관계에도 갈등이나
불화가 커진다. 이제 "일과 가정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두 마리 토끼 중에 무엇을 잡아야 할까?" 하는 논의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밸런스경영의 진정한
의미
그럼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밸런스경영이란 어떤 것일까? 밸런스경영이란 일과 가정에 똑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산술적이고 기계적인 의미가 아니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아이를 출산할 때,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실직을 했을 때, 어떻게 일과 가정에 똑같이 비중을 둘 수 있겠는가?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서핑을 하듯이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적적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밸런스경영의 진정한
의미이다.
그렇다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가족생활 만족도와 직무
만족도가 높아져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된다. 동료 및 상사와의 관계가 좋아지며 단절되지 않고 경력을 개발할 수 있어 임금 인상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고 직원들의 결근율과 이직율의 감소로 사기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직원들이 자기 일에
몰입할 수가 있어 안전사고도 줄어들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진다. 그 뿐만 아니라 잠재 노동력을 활용하여 취업률도
높이고 저출산 고렬화로 인한 문제도 줄일 수 있어 결국 국가경제력이 높아지는 것이니 모두가 윈-윈 하는 상생의 경영전략이 되는
셈이다.
고정관념을
버려라
그렇다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변화경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자는 밖에 나가서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에서 집안일하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이제 버려야 한다. 남자 일과 여자 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말고 각자의 능력과 적성, 취향을 고려하여 가족을
부양하는 일도 부부가 함께 하고 자녀 양육과 가사도 분담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맞벌이의 장단점도 따져 보아 맞벌이를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당장 그만둘 형편이 아니라면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맞벌이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맞벌이를 할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고 삶의 활력도 찾고 아이들에게도 바람직한 역할모델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피로, 대화
부족 등 갈등 또한 만만치 않으나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 집의 가정경영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가사 분담에
따른 갈등과 불화를 줄이기 위한 해결 방안도 마련해 보자. 가사분담표를 작성하거나 집안일의 표준을 조금 낮춘다든지,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가전기기나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그리고 아이들에도 나이에 맞춰 분담 분담시킬 수 있는 일을 가르쳐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나눠 줘야한다.
우선순위 조정은 필수다
둘째, 우선순의를 조정하자.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긴급한 일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수시로 갖자. 일과 가정의 균형은, 유지하려는 노력도 없이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하거나 긴급하지도 않은 하찮은 일이 우선순위라는 가면을 쓰고 찾아올 때는 그 일을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술이나 취미 중심으로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술 한 잔 하자는 친구나 동료들의 연락이 오면 아내와 아이들과의 약속은
항상 뒷전으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면 그런 태도는 버려야 한다. 1주일에 술 마시는 횟수와 귀가 시간 정도는 부부가 합의한 다음, 그 약속만큼은
지켜야 한다. 312, 211 처럼 원칙을 정해 놓고 일주일에 3번 이상 술 마시지 않고 아무리 늦어도 12시까지는 귀가하기 같은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자. 약속을 어겼을 때의 벌칙까지 부부가 합의할 수 있다면 더욱더 바람직하다. 최소한 술 마시자고 내가 먼저 발동만 걸지
않아도 술자리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밤 12시를 넘기지 말고 2차나 3차를 하지 않으며 폭탄주는 돌리지 말자는 1야 1석 1주 같은 결심도
좋다. 음주 운전 안 하기, 상대방의 주량 존중하기, 술을 권하고 싶을 때 첨잔 허용하기 같은 간단한 원칙만 지켜도 술로 인한 부부간의
불화나 업무의 차질을 크게 줄일 수있을 것이다.
기업과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과 국가의 지원 없이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꾀하기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요즈음엔 가족친화적인 기업을 발굴하여 시상도 하고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확대하는 추세다. 시차출퇴근이나 재택근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같은 탄력근무제를 실시하고 수유실 등을 갖춘 직장 보육 시설을 늘리며 보육비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중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런가 하면 산전 후 휴가나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인사상의 불이익
없이 찾아 쓸 수 있는 직장도 늘고 있다. 또한 정서적인 안정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족상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직원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기업도 있다.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15%로, 500대 기업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유럽의 경우 1970년대부터 북유럽을 중심으로
국가 재원을 실업대책과 양성평등, 사회보육과 고령화 정책에 투자하여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나부터 변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부터 변화해야겠다는 개인의 각오와 끊임없는 실천이 뒷바침되지 않으면 일과 가정의 균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지렛대 양쪽에 있는 일과 가정이라는 무게를 나의 의지로 줄일 수 없다면 지렛대인 내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사회와 기업,
가정이라는 환경은 수시로 변한다. 그 중에서도 사상 유래가 없는 격변의 시기를 맞으며 무한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밸런스경영, 변화경영의 지혜가 더욱더 필요하다. 이제 한국적인 기업문화와 음주문화를 탓하며 경영진이 움직여 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한국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의식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만을 지적하며 불평하고 비난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장 지금부터 실천하는 길만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리고 부부는
한 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부가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만 일과 가정의 균형을 가로막는 그 어떤 장애물도
이겨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AIA 생명 사보 3+4월호 [필자]
강 학 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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