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방을 하나 사 준다고 해서 아내와 백화점엘 갔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가방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아내가 차를 주차하는 사이 내가 먼저 매장을 둘러보았건만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딸아이가 권하는 것은 내 마음에 들질 않았고 내가 고른 것은 딸아이 마음에 들질 않는 모양이었다.
비교적 내 취향을 잘 아는 아내가 중재하여 다시 같은 가게를 들렀지만 딸아이는 자기 마음에도 드는 가방을 사 주고 싶어 했다. 2층을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게 없어 다시 7층으로 올라왔다. 마침내 같은 가게를 세 번째나 들러서야 결정할 수 있었다. 내가 아내에게 한 마디 했다. " 가방 하나 사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우리 시내 짝 찾기는 얼마나 더 어렵겠소? 여보! 우리, 결혼 재촉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