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1]
미국에서 조기유학 중인 여동생 큰달(초5)이 방학마다 한국에 옵니다. 조카는 반갑지만,
우리 딸(초6)이 사촌동생의 유창한 영어에 기가 죽어 걱정입니다. 친정 식구들이 가까이 살아 왕래가 잦은데, 동생만 보면 자기도 보내달라고
하는군요. 저희는 조기유학은 엄두를 못 냅니다. 오는 겨울방학에 조카가 오면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
걱정이에요.
[답변1]
딸아이의 반응을 걱정하기에 앞서 나 자신은 어떤지 먼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나 역시 동생이 부럽고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하진 않은지요. 그리고 조기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이를 못 보내는 데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신지……. 엄마나 아빠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면 아이 역시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조기 유학에 대해서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좀 더 신중하게 저울질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채 확립되기도 전에 ‘영어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아이를 보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성공하는 사례도 있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제적인 형편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보내달란다고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은 더욱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 조기유학을 못 보내고 안 보내는지 따님에게 알아듣도록 얘기해 주시고 부모가 먼저 중심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이 문제는 조기유학을 보낼 것이냐 안 보낼 것이냐 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따님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력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자발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사사건건 남들과 비교하고 그
때마다 속상해 하고 부모를 원망한다면 그것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유학을 위해 큰 대가를 지불했으니 사촌 동생이 영어를 조금 잘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조카보다 따님이 더 잘 하고 소질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면서 진심으로
인정해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마십시오. 너는 내가 사랑하는 둘도 없는 존재이며 뭐든지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따님에게 심어
주시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그리고 조기유학은 못 보내 주지만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따님의 영어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님이 계속 속상해 한다면 조카아이가 말을 조심하도록 동생 분에게 부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사춘기의
특성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시고 지켜보면서 딸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상담2]
얼마 전 초등 2학년 딸아이가 숙제를 안해서 혼을 내는데, 아이가 “엄마는 오빠만 예뻐하고
나는 관심도 없잖아”라고 하면서 펑펑 울더군요. 덜렁대는 아들에 비해 혼자서도 잘 하는 딸은 ‘믿거니’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가 그렇게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아이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요?
[답변2]
먼저 따님을 꼬옥 한 번 안아 주십시오. 뭐가 그렇게 서운하고 억울했는지 그 마음을
읽어주고 따듯하게 다독거려 주십시오. 본의 아니게 네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내가 언제 오빠만 예뻐했느냐, 지금 네가 몇 살인데 그런 일로 질질 짜느냐”고 나무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 두 아이를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했느냐 아니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따님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일단 그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입니다. 설사 어머님은 편애하지 않으셨는지 모르지만 첫 아이이고 아들이다 보니 아빠나 조부모가 오빠만
더 예뻐했을 수도 있습니다. 더 귀여움을 받는 아이조차 부모가 자기보다 다른 형제를 더 예뻐한다고 샘을 내는 것이 아이들의 심리이기도 하지만요.
산술적인 의미로 50:50, 똑같은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딸임을 느끼게 해 주십시오.
따님과 단 둘만의 시간을 내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대단히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데이트를 즐겨 보십시오.
딸아이가 울면서 자기의 속마음을 표현 안 했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요. 학교나 밖에서 일어났던 어떤 일이라도 엄마나 아빠와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 주면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주면 관심을 쏟지 않다가, 말썽을 부리고 문제를 일으켜야 부모가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러는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히려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도 있죠. 평소에 더 많이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사랑과 관심만 뒷받침되고 지금 같은 어머님의 열의만 있으면 그렇게까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 역시 그만한 일은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출처] 미즈코치2010년
12월호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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