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한 팀!
상담실을 찾는 부부들의 갈등을 들여다보면 그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다. 성격 차이, 대화 부족, 돈,
자녀교육, 고부갈등, 양가의 불화, 술, 종교, 폭력, 이혼 등……. 그 중 대화 부족이나 술로 인한 부부갈등과 고부갈등의 원인, 해결 방법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부부간의 대화 부족-친밀감과 신뢰 회복이 중요
부부간에 대화가 안 되고 말이 안 통하는 데에는
침묵이나 과묵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여성들에게는 순종만을 강요했던 우리의 대화 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과다한 업무나 바쁜 일과,
피로, TV나 인터넷, 보살펴야 할 어린 자녀와 수직적인 가족 관계, 제 3자의 개입도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또한 가치관의 차이나 세대차,
부정적인 감정이나 낮은 자존감, 비현실적인 기대나 대화 기술의 부족도 대화가 안 되는 내적 원인이다.
그러면 부부간에 대화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첫째,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고 피곤하더라도 대화하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 대화는 누가 대신해 주거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이유가 많겠지만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와 대화를 잘 하면 얻는 이점은 그보다 훨씬 많다. 둘째,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특히 남편들이 아내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진심으로 공감만 해 주어도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반박하고 훈계하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다가 언성을 높이고 담을 쌓기 때문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질 않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부드럽게,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도 집안일이나 아이 키우는 일은 여전히 여자 일이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린다면 남편은 아내가 왜
화가 났는지는 모르고 같이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아내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편으로부터 결코 얻어낼 수가 없다. 감정과 감정끼리 부닥치다
급기야는 부부싸움이 파국으로 치닫고 그러다가 관계마저 깨지고 마는 것이다. 대화 기술을 어설프게 적용하기 전에 부부간의 친밀감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도 명심하자.
술로 인한 부부
갈등-원칙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중요
술로 인한 부부싸움도 빼놓을 수 없는 갈등 중의 하나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고 강요하는 문화,
술에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스트레스를 풀고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술로 인한 폐해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푸는 바람직한 놀이문화가 없고 행동 통일을 강요하는 조직 문화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술로 인한 부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술을 줄여야 한다. 술을 끊지는 못하더라도 술 먹는 횟수만큼은 부부가 합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귀가 시간이나 술값으로 지출하는 돈의 한계를 서로 상의하여 정하고 그 약속은 지켜야 한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경우는
미리 전화를 걸어 아내를 기다리지 않게 하거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음주운전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술로 인한 싸움을 예방할 수 있다.
아내 또한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는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부부가 합의한 원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남편의 음주를
수용하고 부부만의 술자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조건 술을 끊으라고 하거나 술을 마실 때마다 잔소리를 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주지 말고 내가 무엇을 염려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인지, 밤늦게 들어와 내 수면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인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남편
역시 2, 3차는 삼가기, 내가 먼저 술 먹자고 발동 걸지 않기, 절대 외박하지 않고 약속한 귀가시간만큼은 반드시 지키기를 실천하여 부부간의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고부갈등으로 인한 부부간의
불화- 부부가 한 팀임을 잊지 말
것!
고부갈등은 세대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고부간만 유독 갈등이 많은 것은 아니며
고부갈등도 장성한 자식과 부모와의 갈등 중 하나일 뿐이다. 요즘에는 장모와 사위와의 갈등,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갈등도 많고 친정어머니와의 불화로
가슴앓이 하는 딸들도 적지 않다. 예전에는 시어머니 우세형 고부갈등이 많았지만 요즘은 며느리 우세형 고부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서로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경제력과 학력이 높아진 며느리들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참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성이 벌이는 미묘한
애정 싸움이기도 하여 고부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며느리가 침입자처럼 느껴지는 권력 다툼이기도 하다. 살림살이나 육아
방식의 차이가 갈등을 키우고 남편과 아들이기도 한 남성들의 미숙한 처신이 불화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고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부가 한 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힘들어하는 아내의 애기를 남편이 귀담아듣고
공감만 해 주어도 무거운 짐이 훨씬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시어머니에 맞서 아내가 감히 하지 못하는 얘기를 남편이 대변해 주고 방패막이가
되어준다면 남편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더욱 두터워질 수 있다. 아내 또한 중간 입장에서 고민하는 남편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 아내
못지않게 남편 또한 괴롭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와 나,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 등으로 남편을 압박하는 것은 미성숙한 태도이다.
고부간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치를 깨닫고 같은 여자 입장에서 시어머니께 좀 더 살갑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 시어머니의 공로를
인정하고 감사하면서 매사를 시어머니와 상의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시어머니의 식성이나 취향을 살펴 음식을 만들거나 찜질방에 가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함께 풀며 수다를 떨 수 있는 고부간이라면 금상첨화다. 같이 살면서 쌓이는 갈등을 도저히 풀 수 없을 때에는 분가를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부부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몇 가지 살펴보았지만 갈등이나 불화가 커지기 전에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그
어떤 문제 앞에서도 부부가 한 팀이 되어 힘과 지혜를 모으면 실마리를 풀 수 있음을 명심하자. 그러나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서로를 원망하고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키고 관계마저 해체시키는 어리석은 짓이다. 게다가 자녀들과 동맹을 맺어 배우자에 대항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가장 좋지 않은 경우이다. 이 세상에 부부만한 인연이 또 있을까? 배우자가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워 할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내가 먼저 아내에게, 남편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출처] LG 사보 더 모아진 2010년
November+December [필자] 강 학 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