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1]
남편이 밤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아 며칠 전 크게 다퉜어요. 아직 냉전 중이죠.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아니라 아이들입니다. 8살,
7살 연년생 남매가 제가 말만 하면 눈치를 보고, 아빠가 집에 오면 방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변]
부모의 싸움은 아이들에겐 불안과 공포 그 자체입니다. 나 때문에 우리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고 저러다 누군가 집을 나가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도 느낍니다. 아직 8살,
7살 밖에 안 된 아이들에겐 더욱더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게다가 아직도 두 분이 냉전 중이라니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할까요?
빨리 화해하십시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두 분이 어떻게 노력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크게 싸우고 말도 안하는 험악하고
냉랭한 환경 속에서는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두 분이 먼저 화해하신 다음, 아이들 앞에서도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 너희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얘기부터 먼저 하십시오. 그리고 아무리 어른이고 부모지만 아빠,
엄마도 의견이 안 맞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 사랑을 듬뿍 담아 한 번씩 꼬옥
안아주십시오.
부부가 한 지붕 밑에 살면서 전혀 싸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부부싸움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고요. 생산적으로 잘 싸우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단,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두 분이 시간을 내어
부부싸움 10계명 같은 원칙을 한 번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면, 때리지 말고 부수지 말고 집 나가지 말자, 아이들 앞에서 절대 싸우지
말자, 이혼 들먹거리지 말자, 먼저 화해하고, 화해하자고 내미는 손 조건 없이 잡아주자, 복수하지 말자
등등…….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절대 싸우지 않겠다는 그 약속만 지켜나가신다면 이번 싸움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2]
딸이 초등 2학년인데 아빠와 사이가 무척 좋습니다. 제가 자영업을 해서 퇴근시간이 일정한 남편이 저녁시간에 아이를 많이 봐주는데,
그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저는 좀 따돌림을 당하는 느낌입니다. 저와 남편 사이에 의견이 갈리면 아이는 늘 아빠 편이고요. ‘딸은 엄마 친구’라는데
계속 이러니 많이 섭섭해요.
[답변]
따님과 남편과의 사이가 좋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리고 자영업을 하는 아내를 위해 일정한 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 남편을 두셨으니
그것 또한 얼마나 큰 복입니까? 아이들은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는 사람에게 애착을 느낍니다. 그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아빠여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본인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고 아이가 아빠 편만 들어서 서운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겠죠.
아내와 아이들만 친하고 자기는 겉도는 것 같아서 많은 남편들이 서운해 하는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실 수 있는지요. 심지어는 강아지에게도 질투를 느끼는 마음을
말입니다.
먼저 엄마에게 서운한 점은 없는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따님과 얘기를 나눠 보십시오. 그리고 따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시기 바랍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 남편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따님과의
공통 관심사를 늘려 나가다 보면 남편이 해 줄 수 없는 무언가를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벼운 스킨십이나 진한 포옹, 함께 하는 목욕도
몸으로 하는 좋은 대화 방법입니다. 옷을 센스 있게 입고 머리를 예쁘게 단장하는 방법 등에 대해 수다도 한 번 떨어보세요. 모녀가 가까워질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따님의 관심사에 대해 물어보고 따님의 얘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 아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 게 됩니다.
남편에게는 아이와 당신이 너무 친해서 내가 다가갈 수 있는 틈이 안 보이는 것 같아 서운하다는 마음을 표현해 보십시오. 서운한
감정을 얘기하기 전에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부터 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고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딸아이에게도, 무조건 아빠 편을 들어 엄마가 서운할 때가 있다는 심정을 전해
보십시오. 하지만 누굴 더 좋아하느냐는 질문 등으로 따님의 관심을 저울질하거나 따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남편과 경쟁하는 일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초등학교 2학년이라서 그렇지만 성장하면 또래 친구들에게 더 관심을 주고 부모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는, 가장 의지가 되는 모녀지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출 처] 미즈코치 10월호
201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