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행복한
가정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장, 가족학 박사)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중의 하나이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변화하면 가족도
변한다.
가족의 변화 중 소가족, 핵가족화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이다. 요즘은 3대가 모여 살거나 4대가 함께 모여
사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저 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을 수 없어 정부도 고민 중이다. 결혼을 안 하고
늦게 하거나 아이를 적게 낳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출산장려금 몇 푼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또한 이혼과 재혼도 늘고
있다. 예전에는 재혼남과 초혼녀의 결합이 많았지만 요즘은 재혼녀와 초혼남의 결혼이 더 많다.
결혼관이나 이혼관, 효도관이나 자녀관 등 가치관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그에 따른 세대차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아내의 수입이 많으면 자신이 집에서 살림을 할 수도 있다는 젊은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죽어도 이혼 못한다고 했지만 요즈음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헤어져야겠다고 이혼을 먼저 제의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형편 되는 자식이 모셔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한 집에서 지지고
볶고 갈등을 일으키며 사는 것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따로 살면서 왕래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자식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늘고 있다. 오로지
자식을 위해 몸 바쳐 희생하던 전통적인 부모상도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먼저 주장하는 부모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남자 일, 여자 일로 나누던 예전과 달리 가족부양도 부부가 함께 하고 집안일, 아이 돌보는 일도 남녀가 분담하는
방향으로 성역할개념 또한 변화하고 있다. 가족의 형태도 재혼가족, 한부모가족, 무자녀가족, 다문화가족, 따로 떨어져 사는 주말부부, 월말부부,
기러기가족, 입양가족 등으로 다양해져 한두 가지 모습으로 정의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것을 가정의 붕괴나
가족의 해체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가족도 발전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에는 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며 보다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심화되고 헌신 같은 미덕을 케케묵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 분위기는 매우 염려스럽다. 자식을 위해 자기
인생을 모조리 희생하는 것도 바람직한 삶은 아니지만 부모의 기본적인 의무도 내팽개치고 자녀를 버리거나 학대하는 일 또한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경영
그렇다면 이 시대에 맞는 행복한
가족이란 어떤 것일까?
첫째,
사랑과 믿음, 칭찬과 격려, 용서와 배려가 넘치는 가족이다.
둘째,
말이 통하는 가족, 대화가 있는 가족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의도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 대화를 통해 가족 간의 갈등을 푸는 가족이
행복한 가족이다.
셋째,
함께 하는 가족이다. 식사도 함께 하고 TV도 함께 보며 취미와 운동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이라면 행복한 가족이 틀림없다.
넷째,
공동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가족이다. 각자의 가치관이나 꿈과 목표를 존중하면서도 가족 공동의 가치관을 위해 내 것을 양보할 줄 아는 융통성이야말로
행복한 가족의 필수 조건이다.
다섯째,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가족이다. 행복한 가족이라고 해서 싸움도 전혀 안 하고 365일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문제나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접근하여 그 문제를 풀어 나가야할지 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가족이 행복한 가족이다.
여섯째, 헌신하는 가족이다. 요즘 세상에 ‘헌신’ 같은 것이 존재하기나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헌신이야말로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미덕이다.
마지막으로 웃음이 넘치는 가족이다. 가족이 함께 한다고 해서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에 웃음이 넘쳐난다면 행복한 가족임에 틀림없다.
위와 같은 행복한 가족의 7가지 공통점에 비추어 보아 우리 가족은 어떤지 돌아보면서 진정으로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행복한 가정은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에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부모가 짝지워주는대로 결혼해서 평생 그 마을에서 농사만 짓다가 생을 마감하던 농경사회가 이제 아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머니나 아버지 역할, 남편과 아내 역할, 시어머니나 시아버지의 역할에도 변화경영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국영수만 공부가 아니라 결혼의 의미, 배우자 선택, 부모교육, 부부 대화법, 중년의 위기 극복 방법, 은퇴 준비나 노후 준비에 대한 공부도
행복한 가정을 위한 필수 과목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태도 또한 대단히 중요한데 문제가 커지고 극도로 악화되면 그 어떤 전문가도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자식 중심, 돈 중심, 일 중심으로 사는 것도 건강한 삶은 아니다. 부모의 삶에 자식이 전부도 아니고 자식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무언가를 해야만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과 돈을 위해서 밤낮없이 바빠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면서 공적인 영역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부부의 일, 가족의 일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그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학대나 폭력 같은 문제는 누군가가 적절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여성의 임신이나 출산, 부모 부양 같은 문제를 기업이나 사회,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 저출산이나 노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복종으로 만들어진 가정의 안정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행복한 가정이야말로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닌가 한다.
[출 처]
고양시청 사보 9월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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