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엄마들에게 띄우는
편지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장, 가족학 박사)
많이 힘드시죠? 날씨는 더운데 아이들은 떼를 쓰고 남편은 나 몰라라 하고…….
하루를 전쟁처럼 보내실 이
땅의 젊은 어머니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올립니다. 이 세상에 어머니를 통하지 않고 어머니의 보살핌 없이 성장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손길이 안 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기와 어린 아이들과 씨름을 하다보면 힘든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드시죠? 내가 꿈꾸던 결혼 생활은 이게 아니었는데 싶어 허탈하고 왕년의 **이가 이렇게 살줄은 몰랐다 싶어 억울하기도 할 겁니다. 나만의
아이도 아닌데, 혼자 TV보고 게임하거나 밤늦게 들어와 쿨쿨 자버리는 남편을 보면 화가 치밀 때도 있고요. 젊은 여성들이 왜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출산장려금으로 출산율을 높여보려는 정부의 시책 앞에서는, 돈 몇 푼 준다고 어느 여자가 아이를 낳겠는가
싶어 울분이 치솟기도 하겠죠.
하지만
아기를 임신했다는 의사의 말에 기뻐하던 그 순간을 떠올려보십시오. 내 배에 귀를 대고 아기와 태담을 나누는 남편을 보며 마냥 행복해했던 그 날도
되돌아보시고요. 모진 고통을 이겨내고 건강한 우리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은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아기가 고 귀여운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나와 눈을 맞추던 때, 옹알이를 하다가 마침내 ‘엄마’를 외치던 그 때의 가슴 벅참은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요? 두
발로 서서 최초의 첫걸음을 내딛던 순간엔 또 얼마나 환호했습니까? 내 삶이 망가지고 아이를 위해 나만 희생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절망스러운 날도
많았지만 우리 아이가 나에게 준 즐거움과 기쁨, 감동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는 이유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
삶의 전부가 바로 너희들이었다는 우리 어머님 세대의 말씀에도 수긍이 가고요.
엄마의
손길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이 시기만 슬기롭게 잘 넘기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반나절 정도는 보살펴주는 그런 날도 오겠죠? 그리고 우리
어머님 세대는 대여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세탁기나 청소기, 냉장고도 없이 키워냈는데 그 시절과 비교하며 그래도 지금은 참 많이 좋아졌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일입니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아직 짝을 못 찾은 사람, 아이를 간절하게 원하면서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부부들을 생각하면
여러분의 불평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선물도 주고 보상도
해주길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이기적인남편들도 어떻게 보면 누군가, 어떤 어머니가 잘못
키운 결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래의 우리 며느리를 울리지 않기 위해서 아들을 제대로 키울 책임 역시 어머니들에게 있는 셈이고요. 그리고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으십시오. 완벽한 엄마는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습니다.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뿐이죠.
부모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스스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에 더많이
투자하십시오. 무심한 남편이 안 챙겨주면 내가 나 자신에게 선물도 주고 나에게 보상도 해 주면서 서운한 마음을 달랠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자식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부부농사에 먼저 투자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모델이며 부모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아이들은 먹고 자랍니다.
부부농사에 대풍년이 들게 하려면 몇 가지 지혜가 필요한데
첫째, 화목한 부부관계를 위해 매일매일
무언가를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이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언가를 매일매일 저금하는 것이 화목한 부부관계의
비결입니다. 매일매일 투자하는 그 무엇은 어떤 것이어도 좋습니다. 가벼운 포옹, 출근 키스, 문자나 이메일 주고받기, 10분 대화, 산책,
안마, 감사 인사, 무엇이든지 좋으니 오늘 당장 실천해 보십시오. 작심3일이어도 좋으니 시작부터 해 보십시오. 설사 3일 만에 그 결심이
무너진다고 해도 작심을 100번 하시면 1년을 버틸 수 있습니다.
둘째,
내가 힘들고 화날 때, 우리 남편도 꼭 그만큼, 더도 덜도 아니고 꼭 나만큼 힘들고 화가 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시오. 나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사회 생활하면서, 내용이나 종류가 다를 뿐 우리 남편 또한 내가 모르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셋째,
표현하십시오. 화내고 짜증내거나 신경질부리지 말고 내가 왜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지를 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남편이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얘기 해 주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넷째,
남편 기분이 좋고 내가 감정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을 때 기분 좋게 요청하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을 때 얘기하면 남편은
자신을 원망하고 비난하거나 무시하고 공격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원하는 것도 얻지 못하고 남편의 행동 변화도 기대할 수 없으며 두
사람의 관계만 나빠집니다.
다섯째,
우리 남편에게 맞는 나만의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셔야 합니다. 남편과 몇 년을 살다보면 어떤 방법이 효과가 없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로 똑 같은 방법으로 싸우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부부를 참 많이 봅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남편을 변화시키는 데에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부드러운 말투나 칭찬이 효과적인지 맛있는 반찬이 더 좋은 방법인지……. 아니면 시부모님께 더 잘 하는 것인지, 남들
앞에서 남편 체면을 세워 주는 것인지, 근사한 술상이나 만족스런 잠자리인지를 따져본 뒤, 효과적인 방법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무척 힘드시겠지만 이 모든 것도 언젠간 다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놓지 마십시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의
찜통더위도 때가 되면 수그러들듯이……. 그리고 오늘을 얘기하며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상상하며 아이들을 꼬옥 한 번 안아 주시기
바랍니다.
[출 처] 맘&앙팡 9월호
201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