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1] 무엇이든 미루려는 초등 3학년 아들 때문에 속이
터집니다. 평소에 행동이 느리고 할 일을 미루는데, 늑장부리다가 학원을 빠지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아이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게 된네요. 이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답변] 속이 터져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방학 중의 하루 일과가
눈에 선하게 떠올라 많이 안타깝네요. 무엇이든 미루는 느린 아이라고 얘기하셨지만 아드님이 어떤 아이인지 좀 더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기질적으로 말이나 행동이 느린 아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늦장을 부리는 것인지 게으른 것인지 잘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면 아이들이 일부러 늦장을 부리거나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고 변명이나 핑계를
늘어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게으른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잘 안 하려 들고요. 그러나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는 하는데 또래에 비해서 많이
늦는다면 기질적으로 느리거나 발달이 늦거나 아니면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정서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내성적이거나 꼼꼼해서 그런지, 의존적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급한 엄마가 자녀를 다그친 결과인지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성인의 잣대나 기대치로
보면 아이들은 한없이 느리고 한심하게도 보여 참고 기다리기가 대단히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 보고 화를 내거나
야단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TV를 못 보게 하거나 게임을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하고 협박하는 일 또한 더 큰 압박
스트레스를 주어 악순환만 불러옵니다. 그리고 너 때문에 일을 망쳤다는 식으로 얘기하여 아이를 주눅 들게 하거나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느린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뜯어고쳐야 할 나쁜 버릇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인 점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신중해서 실수가 적은 장점도 있고
호기심이나 관찰력, 집중력이 뛰어난 아이일 수도 있으며 인내심과 지구력이 있어 기다려만 주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자녀도
많습니다.
각박한
세상에 여유 있는 삶의 태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특히 단체생활 같은 데서는 적응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시간 개념을 철저하게 심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집에서만큼은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려주면서 과정을 격려하고 칭찬해 주십시오. 무조건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늦게 하면 그 결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됩니다.
[상담2] 초등 4학년 딸과 거의 매일 옷차림
때문에 말다툼을 합니다. 초등학생 대상 성범죄 사건이 빈번해 저는 신경이 예민해지는데, 딸은 짧은 반바지만 입으려고 합니다. 친구들도 다 그렇게
입는다고요. 혼을 내면 눈물바람을 하면서 갈아입지만, 제 마음이 편하진 않네요. 아침마다 치르는 옷 전쟁을 끝내고
싶습니다.
[답변2] 끔찍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는 현실 앞에서 걱정하시는 어머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옷차림만 주의한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따님은
‘엄만 왜 유독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못 입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엄마를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처럼 멋 내고 예뻐지고 싶은 따님의 욕구를
먼저 읽어주고 엄마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알아듣도록 얘기한다면 아침마다 화를 내고 눈물짓는 일은 줄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가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최종적인 결정권을 누가 갖는 것이 좋은지 자문해 보십시오. 상황에 따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따님에게
조언을 해 주고 부모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따님이 할 수 있도록 서서히 결정권을 위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옷차림만 나무라지 마시고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오.
먼저
따님에게, 좋은 접촉과 나쁜 접촉이 있는데 네 몸은 소중하니까 특히 수영복으로 가리는 부분을 누군가가 만지면 분명하게 “싫어요.”, “안돼요.”
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확실하게 시키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요구를 거절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질 수 있는데 속임수를 쓰고
물질공세를 펴거나 위협을 하면 어른의 의도나 동기를 아이들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호의나 애정 표현과 성폭력을 혼동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가르쳐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자기감정이나 생각을 부모에게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아이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부모가 빨리 감지할 수 있겠죠.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엄마 아빠는 너를 혼내기보다 너를 먼저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십시오. 그리고 평소에 아이들의 행동이나 표정 변화를 관심 있게 관찰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성적인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아이들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몸의 변화나 생리적인 현상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나친 공포감이나 적대감을 갖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출 처]
미즈코치2010.9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