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1] 친정엄마가 자주 아이들을 봐 주셔서 친정 근처에 삽니다. 시댁은 지방이고 친정이 가까우니
친정 쪽 가족 모임이 잦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친가보다 외가를 편하게 느끼는데, 남편은 그것을 싫어합니다. 7살 큰아이가 친할아버지
앞에서 쭈뼛쭈뼛 하면 "외할아버지한테는 안 그러면서 왜 그러니!"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남편 마음을 풀고 아이도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와 잘
지내게 하고 싶어요.
[답변] 먼저 남편의 마음을 읽어 주십시오. 부모님 앞에서 아이가 쭈뼛거리는 것이 송구스럽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한 남편의
심정을요. 가까이서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버럭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지나치게 처가 중심으로 자주 모이고
왕래하면서 우리 부모님을 소홀히 대접한다는 불만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런 불만이 쌓이면 아이를 봐주셨던 장인, 장모님의 공을 잠시 잊기
마련이죠. “왜 애한테 소리 지르고 그러느냐”며 남편을 비난하지 말고 나에게 서운한 건 없는지, 내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지 부드럽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섣불리 아이를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오. 어렸을 때부터 돌봐주셨고 가까이서 자주 만나는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더군다나 지방에 사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은 왠지 낯설고 서먹서먹한데
아빠까지 야단을 치면 더욱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 집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비치해 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식탁을
차리거나 아이에게 익숙한 화장실 환경으로 바꿔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손자를 자주 못 보시는 시부모님을 위해 아이의 사진을 보내드리는
방법도 좋고요. 아이에 대한 정보나 칭찬할만한 것을 시부모님께 미리 알려드리고 아이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화 통화할 때 최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십사 하고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얘기하기 전에 시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내가 먼저 챙기면서 친정에
잘하는 남편의 행동에 대해서는 감사의 표현을 자주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부모님이 조금도 서운해 하지 않으실 수는 없겠지만 아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한다면 남편과 시부모님의 서운함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편이 무엇을 서운해 하고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를 대화를 통해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부부가 함께 그 문제를 풀어 간다면 다른 문제도 예방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상담2]
시어머니께서 주말마다 오십니다. 몸 힘들고 마음 불편한 거야 말할 필요 없지만, 그보다
할머니만 오시면 7살, 5살 남매가 말성꾸러기로 변해 짜증이 납니다. 평소엔 얌전히 앉아서 밥을 먹던 아이들이 할머니만 오시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흘리고 먹습니다. 말대답을 많이 하고, 태도가 나빠져 소리 지르거나 떼 쓰는 일도 잦습니다. 참다못해 한마디 하면 어머님은
"이 나이 애들은 다 그런다." 하고 나서시니 혼도 내지 못해 답답합니다.
[답변] 어머님 때문에 아이들 버릇이 나빠진다고 대놓고 얘기할 수도
없고 우리 집에 오시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많이 힘들고 답답하시겠군요. 남편이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도 아무 말을 안 하는지 아니면
시어머님 의견에 동조하는지 모르지만 양육 태도에 대한 부부 공동의 원칙을 먼저 합의하시기 바랍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직접 얘기하기가
어려우면 남편이 어머님에게 아이들 양육만큼은 저희들의 방식에 맡겨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며느리가 아이들을 나무랄 때
시어머니는 잠시 자리를 뜨거나 방에 들어가시도록 부탁해 보십시오. 시어머님께 부부의 원칙을 말씀드린 뒤, 시어머니가 아이들에게 그 원칙을 직접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할머니까지 합의한 그 원칙을 어기면 할머니한테 혼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시어머니 때문에 아이들 버릇이 나빠졌다거나 시어머니의 방식이 틀렸다, 시어머니는 뭘 모른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머님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니 원칙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서 일관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십사는 부탁을
간곡하게 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어머니가 오시기 전에 아이들에게 주의할 점을 미리 알려주고 그 원칙을 잘 지키면 스티커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님이 매 주말마다 오시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신다면 시어머님께 또 다른 취미나 친구,
소일거리, 생활의 낙을 찾아드리시기 바랍니다. 남편 말고 다른 형제들이 있다면 그런 역할을 형제들이 분담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부모님이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도 같이 찾아보시고요. 남편과 먼저 합의한 다음, 님편에게 맡겨 보십시오.한 달에 한
번쯤은 주말에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시어머님께 우리 집을 방문하시는 횟수를 조정해 주십사고 부탁하는 역할을.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는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고 본인은 밖에 나가서 용무를 볼 수 있는 융통성을 가지는 것도 대안 중의 하나입니다. 이 모든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부부가
한 팀이 되어 대화를 통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간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잊지 마십시오.
[출
처] 미즈코치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