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는 워킹맘입니다. 어머니 용돈도 보통
아이 보는 아주머니들만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친정어머니 눈치 보느라 야근이나 회식 한 번 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어디가 조금만
편찮으시다고 해도 아이 때문인가 싶어 병원비까지 보태드리게 됩니다. 이것저것 심부름하며 드는 돈도 적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 보는 아주머니를
쓰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변]
고부간에만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친정어머니와 딸
사이에도 여러 가지 문제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습니다. 넓은 의미로 보면 장성한 자식과 부모사이의 갈등으로 거리감이 없어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보면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은 돈대로 드리면서 관계마저 나빠지는 게 아닌가 싶어 속상하실 때도 많겠지만 ‘친정 엄마만큼
아이들을 믿고 맡길 데가 어디 있을까’ 하고 마음을 달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엄마니까 이해하시겠지’ 하는 마음에 아무래도 늦는 경우가 더
많아지진 않았는지 돌아 보시구요. 그러나 친정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나, 돈도 필요 없으니 아이들 보는 것 이제 그만두고 싶다’거나 ‘네가
나한테 돈 몇 푼 준다고 나를 부리는 거냐’며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좀 편하게 살려고 했더니 손자까지 보느라 내 인생은 뭐냐는
신세한탄이 나올 수도 있고요.
돈을 드린다고 우리 아이들을 보살펴 주시는 어머니의 노고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시고 그럴수록 감사의 표현을 더 자주 하시기 바랍니다. 시어머니보다는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모녀지간이니까 찜질방 같은데 모시고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이나 고충을 교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직접 말씀드리기가 쑥스러우시면 편지를 통해 감사의 말씀과
나의 고충을 표현해 보십시오.
모녀지간에 계약을 하거나 규정을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몇 가지 규칙을 어머니와 상의하여 만들 수
있다면 갈등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 돌보는 요일과 시간은 언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는 것으로 하고 늦는 경우는 몇 회
이내로 한다는 약속 같은 것이지요. 또는 손자 돌보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시간과 휴가도 좀 드리시고요. 그러나 두 분의 의견에 차이가
있는 경우, 최종 결정권은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가 갖는 것으로 합의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맞벌이를 하신다니 아이돌보는 일을 남편과 분담할
수 있도록 기분 좋게 요청하는 지혜도 익히시기 바랍니다. 다툰 뒤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머니와 상의하여 아이 돌봐주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도 해결책입니다. 출산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기업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복지국가로 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힘을 내신다면 더 행복한 시대가 오리라 믿습니다.
[출 처] 미즈코치 2월호
가정경영상담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