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폐암 말기였다. 그것도 다른 부위로 전이가
잘 되는 선암종(선조직의 악성종양) 4기였다. 의사는 수술을 해도 가망이 없으니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먹고 암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사선 치료나 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2개월 후, 이모님은 세상을 떠나셨다.
병이 악화되면 아무리 명의라도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즈음 예방의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일반의학과는 달리 예방의학은 그 목적이 예방에 있다. 파국 예고하는
‘경보음’에 신속히 대처하자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치료나 수술도 받지만, 마음의 병이나 가족관계에 병이 생기면 방치하다가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부부와 가족들이 상대방을 비난하고 싸우면서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한 다음에야 상담실을 찾는다. 그리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기를 바라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런 비결은 없다. 문제를 해결한다고 갖은 애를 다 쓰지만 문제를 악화시키는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만
골라 쓴 듯 한 가족들도 적지 않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은 보면, 빛나는 저 두 사람 사이에도 부부싸움이라는 게
있을까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하루에도 300여 쌍이 이혼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도 안 보면 못 살 것 같던 두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위험 경보가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예방을 못했기 때문에 파국을 맞는 것이다. 모임이나 야근을
핑계로 귀가가 늦어지고 외박이 늘어나면 경보기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각방 쓰고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폭언이나 폭력이 오고가다
가출이나 외도, 별거로까지 확대되면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치닫는다. 이런 단계로까지 악화되기 전에 대화를 통해서 오해와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고 시간이 없더라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함께 하고 tv도
같이 보고 취미나 운동도 함께 즐기면서 끈끈한 가족애를 다져놓아야 한다. 효과적인 방법을 몰라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서적이나
정보를 찾아보거나 교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지 다 하겠다는 단계는 그래도 희망적이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서면 해법을 알아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오히려 더 악랄하게 상처를 주고 복수를 하게 되면 가정은 해체 단계로 접어든다. 문제
심각성 깨달은 사람 먼저 해결에 앞장서자 관계가 악화된 데에는 양쪽 다 책임이 있다.
‘당신만 고치면 우리 집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상대방만 비난하지 말고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부나 가족의 힘만으로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개인이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아도 가족 간의 구조나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거나 가족이 모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가장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담이나 치료에 끝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사람이 상담실의 문을 먼저 두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사 상대방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좀 더 성숙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면 가족 관계에 변화가 오고 상대방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