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뭘 할지, 휴가는 또 어떻게 보낼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렐 때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내가 좋아서 즐기며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분 전환도 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자기 계발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여가 문화는 그렇게 건강하질 못했다. 산업사회의 고도성장 그늘 뒤에는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음주 문화가 있었고 획일적인 군대 문화의 영향 앞에서는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입생 환영회나 MT. 때는 불행한 사고 또한 적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서 먹고 마시고 쇼핑하는 것으로, 여가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서 여가 문화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돈을 쓰는 여가로부터 늘어난 시간을 활용하는 여가로의 변화다. 세계적인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텔레비전 시청이나 영화 관람, 게임, 등산, 독서 등의 여가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가족 중심의 여가, 참여하고 체험하는 여가, 자기계발 또는 학습형 여가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여가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빠 따로, 엄마 따로, 아들딸들은 또 그들대로 각각이었던 여가 활동이 가족 중심의 여가 문화로 바뀐 것은 무엇보다 반갑다. 깊어가는 불황과 빠듯한 가계, 가장의 실직이나 폐업까지 겹쳐 하루하루를 버텨내기조차 쉽지 않을 때에도 힘이 되고 희망일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우선순위를 두는 가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바빠서 얼굴도 마주치기 어려웠던 가족,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면서 상처를 주었던 가족이 불경기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희망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전의 가족 관계가 어떠했는가에 따라서 희망이나 격려가 되기는커녕 가족이 걸림돌이나 방해물, 심지어는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믿는 평소에 우리 가족을 위해서 내가 먼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챙기며 열심히 물주고 거름 주고 가꾸어야 한다.
그러면 즐겁고 알찬 가족 중심의 여가 활동을 위해서 무엇을 유념해야 할까?
첫째, 가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남편이나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통고하고, 생색이나 내는 가족여가는 불만이나 불화만 키울 뿐이다.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부모와 함께 하는 여가 활동을 반가와 하지 않는 자녀들이라면 아이들의 희망 사항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만 지나면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지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관심사가 다르고 식성이나 잠자는 시간, 음악적 취향이 다 다른 가족들이 며칠씩 함께 지내다 보면 기분 좋게 떠난 여행에서 불만만 가득 안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또한 모처럼의 나들이나 여행에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가족들 뒤치다꺼리하는 일에서 해방되고 싶은 아내나 엄마의 심정을 나 몰라라 하면 주부에겐 다시는 안 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