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취미(?) 하나가 있다 결혼식장에 축하하러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결혼식을 지켜보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어서지만 빛나는 신랑 신부를 위한 주례사를 들으며 나의 결혼 생활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찬란해 보이기까지 하는 젊은 두 남녀의 앞날을 축복하며 ‘싸우지 말고 잘 살라’ 는 주문을 속으로 되뇌곤 한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손만 잡아도 짜릿한 행복감에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신혼부부에게 부부싸움이나 이혼 따위는 있을 수조차 없는 일 같아 보이지만 헤어지는 부부가 많음은 어떤 연유일까? 이혼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사람은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하는 것도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시작한 결혼 생활이 왜 가족의 해체로까지 발전하는 것일까?
잠복기가 있는 신체적인 질병처럼 부부 사이의 문제도 반드시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건강관리를 잘 해서 병을 예방하거나 난치병이라고 하는 암조차 조기에 발견하여 효과적인 치료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그 어떤 전문가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악화될 때까지 방치하는 부부가 있다.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서로를 비난하고 경멸하고 보복하며 에너지를 다 낭비하고 난 다음에야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부부도 많다. 게다가 정작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부부 중에는 정보도 없고 시도조차 않는 사람도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몸이 아플 때 약을 먹고 차도가 없으면 병원을 찾아 검사도 하고 수술도 하는 법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경우는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평생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와 같이 마음의 병이나 부부 사이, 가족관계에서 생기는 문제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상담실을 찾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은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수치로 생각하고 쉬쉬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욱 악화된다. 물론 그런 것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며 사회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 탓이기도 하고 상담료는 아직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고 필요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분초를 다투며 생명의 위협을 호소하는 절박한 내담자 앞에서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면 한가하고 사치스런 소리라고 비난받겠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도 치유가 불가능한 각종 사회문제나 범죄가 사소한 부부싸움이나 가족 문제로부터 잉태되는 것을 수없이 보아온 나로서는 예방, 예방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혼율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고 고민하기에 앞서 결혼 전, 결혼 생활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식 문제로 더 큰 대가를 치루기 전에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부모 역할은 또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자녀의 발달 단계에 맞춰 부모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미리미리 배워야 한다. 그리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 질을 높이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부부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부부가 된 두 사람이 60~70년 가까운 긴 여정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려면 조그만 사건이나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사랑을 키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내가 먼저 노력하는 자세가 비결임을 잊지 말자.
[ 출 처] 미즈코치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