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사람마다 힘들다, 힘들다고 하고 어렵지 않은 기업이 없다고 한다. 고아원에는 부모가 있는 고아가 늘고 노숙자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IMF 외환 위기 때만 해도 국제경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일개 국가나 일개 기업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첫 직장조차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자녀나 실직이나 폐업을 맞은 가족들로 인해 갈등과 불화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폭력과 가출, 이혼과 자살 등이 늘어나면서 가족 문제로 인한 사회 문제와 범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사는 게 힘들거나 경제적으로 쪼달려도 돌아갈 수 있는 가정이 있고 힘이 되어주는 가족만 있으면 그래도 이 세상은 버틸만하다. 그러나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면서 상처만 주는 가족들과 한 지붕 밑에서, 언제까지 함께 살아야 하나를 걱정하는 경우라면 하루하루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가족을 통하지 않고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없다. 가족은 사회가 변하면서 그 형태나 기능은 조금씩 변하지만 모든 제도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제도로 이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이다. 그리고 가족은 우리에게 최초의 환경이자 가장 직접적인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양육과 성장에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지만 가족만큼 지속적이고 친밀한 관계가 또 있을까? 살벌한 경쟁사회 속에서도 조건없이 베풀고 실수가 용납되며 동질감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인간 관계가 가족인 것이다.
요즘같이 사회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개인이 고립되는 시대일수록 가족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가족의 기능 중 생산, 종교, 교육의 기능 등은 많이 축소되었지만 애정, 보호, 휴식, 오락의 기능은 더욱 중요해지는 요즈음이다.
그러나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족은 흡사 화초 같아서 화목하고 건강할 때, 더욱더 열심히 물 주고 거름 주고 잡초를 뽑아 주면서 가꾸어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힘을 모아 끊임없이 노력할 때만이 행복한 가족은 우리 것이 되는 것이다. 불행한 가족은 그 모습이 참으로 다양하지만 행복한 가족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랑과 믿음, 칭찬과 격려 그리고 따뜻한 배려와 용서가 그 첫번째다. 그리고 대화가 있는 가족, 말이 통하는 가족,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가족, 갈등이나 불화를 조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가족, 웃음이 있는 가족이 바로 행복한 가족, 건강한 가족인 것이다.
그러면 행복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는 것, 그것이 바로 비결이다.
큰 돈이나 대단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다. 눈을 뜨고 일어나 활기찬 목소리로 가족들과 인사 나누기, 따뜻한 식사를 함께 하면서 격려하고 감사하기, 출근하고 등교하면서 따뜻하게 배웅하고 포옹하기, 수시로 문자나 이메일, 전화나 쪽지로 내 마음을 전하고 대화 나누기 등......
열린 마음과 따뜻한 말 한 마디만으로도 춥고 어려운 이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은 무척 많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너무나 쉽고 단순하기 때문에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갖는 그 엄청난 위력을 과소평가하고 그런 것으로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지겠느냐고 시도조차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매일매일 쌓이면 때때로 가정에 혁명을 일으키고 기적을 낳기도 한다.
남편의 기를 살리기 위해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남편의 수고에 감사하고 남편을 믿어주는 것이 그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자식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용돈을 듬뿍듬뿍 주는 것보다 진정으로 아이들의 얘기에 귀기울여주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관심있게 지켜봐 주는 것이 자녀들을 위한 그 어떤 선물보다 감동적일 수 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하고 절망적이었던 순간들을 추억으로 떠올리며 가족들과 함께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보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 우선순위를 조금만 조정한다면 가족은 바로 우리의 희망이요, 가족이 바로 우리들 힘의 원천이며 마지막 보루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출 처]미즈코치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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