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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년을 위한 필수조건, 풍요로운 인간관계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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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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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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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가 없는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어깨가 무거운 요즈음, 뉴스에 오르내리는 노인 문제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자살인구의 40%가 노인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노인을 학대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아들이나 며느리 등, 90%가 가족이라는 기사는 또 한 번 우리를 충격으로 몰고간다. 눈을 떠도 갈 곳이 없고 하루 종일 말 걸어 주는 사람도 없이 끼니를 걱정하는 노인들은 그에 비하면 낫다고 자위해야 하는 것일까? 학대라고 하면 신체적인 학대를 떠올리지만 정서적인 학대, 경제적인 학대, 방임까지를 학대라고 보면 학대받는 노인들은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자식들의 학대를 쉬쉬하며 감추기에 급급한 부모들까지 감안하면 그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몸은 건강해도 일자리가 없는 노인, 몸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노인, 노인성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 성적인 욕구를 풀 길 없는 노인까지, 이제 노인 문제는 극빈층 생활보호 대상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문제이기도 하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세로 여자는 83세에 가까울만큼 늘어나 노년기가 무척 길어졌다. 게다가 65세 이상 인구가 10%를 이미 넘어서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농촌지역도 많다. 스웨덴이나 프랑스, 미국 등이 100년, 70년, 40년 넘게 걸린 세월을 우리는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으니 노인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사회문제이며 미래에 닥칠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효도라는 이름으로 노인 문제를 자식들이나 개별 가족들에게 일임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아무리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어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맞벌이부부나 부모님이 고질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죄책감으로 더욱 괴로울 뿐이다. 하지만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예산이나 전문 인력, 정책은 너무나 미비하여 우리의 노후를 국가에만 의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를 자식들에게 기댈 수 있는 형편이나 정서도 아니어서 더더욱 그 압박감이 크다.
이제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원 그리고 국가적인 정책 수립이나 제도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인 노력이나 준비가 중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노년기의 특성과 노인들이 갖는 신체적 변화, 생리적 변화, 그리고 심리적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것을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날이 갈수록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나 주름살, 부실한 치아, 소화 기능, 기억력 등을 한창 젊었을 때와 비교하고 상심에 빠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노화를 ‘상실’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크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노인은 기득권자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가정도 이루고 배우자와 자녀도 있고 인생을 오래 살아온 지혜나 너그러움도 갖춘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취업이나 결혼을 하고 싶어도, 그리고 자녀를 갖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아 고생하는 젊은이들과 비교해 보면 전혀 터무니 없는 자기합리화나 궤변만은 아니다. 한창 커가는 아이들 키우기에 눈코 뜰새없는 부모들 눈에는 자식들 다 키우고 자신들의 시간을 즐기는 노부부가 부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돈과 건강을 먼저 꼽는다. 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역할’과 ‘관계’이다. 꼭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더라도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역할이 없으면 그 긴긴 세월을 버텨나가기가 무척 어렵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다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노후의 부부 관계나 장성한 자식들과의 관계, 형제자매나 친척들과의 관계, 그리고 친구와 이웃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행복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노년기에 원만한 인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먼저 부부 관계를 다시 재정립하여야 한다. 부자 관계를 중시하던 예전에는 결혼 후에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지속적인 교류가 잦았지만 요즘은 결혼 후에 함께 살기를 원하는 자식들이 많지 않다. 경제적인 여유만 조금 있다면 자식들과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 세대 또한 2/3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예전에는 평균 수명이 짧아 막내를 결혼시키기 전에 남편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노부부가 함께 살아야하는 기간이 20~30년이 넘을 정도로 노년기가 길어졌다. 그러기에 노년기의 부부 관계가 원만치 않으면 노후가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껏 경제적인 책임은 남편이, 살림과 아이 키우는 것은 아내가 맡았다고 하더라도 남편의 은퇴 후에는 다시 한 번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세우고 아내로서의 의무만을 고집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부부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불화가 깊어져 끝내는 황혼 이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그 이전의 부부관계가 어떠했는가가 대단히 중요한데 목표지향적이고 일 중심의 인간관계에만 치중해온 남성들이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툴 때가 많다. 그 동안 부부가 취미생활이나 운동도 함께 하고 서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경우, 아내가 누적된 불만을 폭발시키고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의 자존심이나 체면만을 내세운다면 파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친밀감을 키워나가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수용하면서 남자 역할, 여자 역할로 나누지 말고 서로의 소질, 적성, 관심사에 따라서 역할을 재조정하여야 한다. 부부관계도 권력 관계로 볼 수 있는데 은퇴 후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으로 아내의 의도를 왜곡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남편이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내 또한 지나간 날의 상처나 서운한 점만을 내세워 남편을 공격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위축된 남편의 심정을 어루만져 주면서 평생의 친구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야 노후에 행복을 맞을 수 있다. 몇 십년동안 함께 살아온 배우자와의 친밀한 관계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 그리고 노후의 성적인 적응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늙어서 주책부리지 말라고 핀잔을 줄 것이 아니라 활기차고 화목한 부부들의 공통점이 원만한 성생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은 장성한 자식들과 부모와의 관계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는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고 베풀어주는 일방적인 관계였지만 자녀들이 성장하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 그러기에 부모 자식간에 의존성과 독립성이라는 두 축을 균형있게 조화시키지 않으면 여러 가지 크고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고부간의 문제도 장성한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 중 하나인데 요즘은 사회가 변하면서 며느리 우세형 고부갈등도 생기고 장모와 사위와의 갈등,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갈등 또한 적지 않다. 그 뿐만 아니라 육아 등의 문제로 친정 중심으로 모여살면서 친정어머니와 딸과의 갈등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듯 장성한 자식들과 부모와의 갈등이 큰 이유는 무엇보다 세대차가 크기 때문인데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해야 많은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전혀 교류가 없는 가족들도 문제가 많지만 지나치게 밀착된 가족관계도 결코 건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가 주고받는 상호원조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지나치게 의존적이다 보면 갈등이 커지기 마련이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었으면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독립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심리적인 이유’를 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자식 중심으로 살지말고 노후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자신과 부부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노후 대비의 비결이다. 손자녀와 조부모관계 역시 노후의 행복을 위해서 중요한데 손자녀 역시 그 부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녀와의 원만한 관계가 선행 조건이다. 그리고 손자녀가 성장하면 부모와도 거리가 생기는 법이니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손자녀 양육에 대한 것은 자녀들의 방식을 존중하면서 부모가 줄 수 없는 삶의 지혜와 여유를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전수해 줄 수 있도록 ‘할아버지, 할머니 되기’ 공부라도 할 일이다.
다음으로 형제 자매와 친척과의 관계를 들 수 있는데 요즘은 친척과의 교류는 줄어들면서 대신 몇 안 되는 형제 자매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같은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누구보다 많은 공감대를 갖고 긴 노년기를 함께할 수 있는, 둘도 없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지만 사소한 일로 질투, 거부감, 적대감을 가지는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 형제자매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별 문제가 없을 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로 우리 가족이 된, 형제 자매들의 배우자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친구와 이웃과의 관계 또한 노후의 만족감이나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얘기하고 싶다.
특히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자발적인 관계로 동시대를 함께 살아오면서 누구보다 많은 추억과 공감대를 지닌 사이여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자기가 바쁠 때는 연락조차 안 하다가 아쉬운 일이 생겨서야 친구를 찾는 우를 범하지 말고 평소에 친구와의 만남도 챙기고 친구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자. 그리고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이웃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으면 형제나 친구 이상으로 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적어도 이웃에게 피해는 주지 않겠다는 자세에서 이웃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적극적인 태도로 다가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과 지혜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조건없이 베푸는 마음, 그리고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해 줄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재산이나 권력보다도 더 값진 보물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행복한 나의 노후 생활을 위해서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관심과 투자를 꾸준히 늘려나가야겠다.
[출 처] 대한생명사보 2008년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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