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도 안 돼 있죠."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가정친화경영 후진국이라고 꼬집었다.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내는데 눈치를 보고, 돌아왔을 땐 지레 업무에서 밀릴까봐 걱정해야 하는 세태가 안타까워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여성인재가 대접받아야 하는데 이런 분위기에선 여성들이 기를 펴고 살 수가 없어요."
그는 변화를 위해 무엇보다 공부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스스로 가정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익히는 일이다.
강 소장은 "가정이 편안해야 직장에서도 자기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다하게 된다"면서 "직원들이 가족을 잘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조직 전체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그래서 가정에선 소외된 채 돈 만드는 기계로 떠밀리는 대한민국 가장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기업에서 하다못해 정시퇴근만 지켜줘도 가정에 할애할 시간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그렇지가 않아요. 정해진 근무시간이 끝나도 야근 아니면 음주활동이 계속됩니다.
강 소장은 자기 스스로 이런 현실에 적극 대항한 사람이다. 10여년 전 가정의 중요성을 몰라주는 기업을 박차고 나와 독립했다. "중년을 맞아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고민해봤죠. 결론은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사표를 내고 가정과 병행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2년간 특별한 직업 없이 고민하다가 세운 게 오늘날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입니다."
평소 그는 가정경영에 가장 중요한 건 부부간 관계라고 말하지만 그의 결정은 당장 아내의 반대부터 불러왔다. 사표와 동시에 수억원대 연봉과 고급 차량, 골프회원권 등 각종 특혜를 포기하면서 부딪친 당연한 결과다. 다행히 끊임없는 설득 끝에 아내는 물론 두 자녀의 허락을 얻어냈다.
"한국 남자들 대부분 직장 일이 전부인 양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업무에서 소외되면 심한 절망감을 느끼죠. 삶의 가치를 좀 더 가정생활에 두도록 노력해보십시오. 삶의 태도가 달라질 겁니다."
강 소장은 예전에 비해 경제적으론 넉넉하지 못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다. 회사에서의 독립 이후 스스로 삶의 속도를 조정해 가정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만 하며 바쁘게 지내지 않기가 제 사업 제1의 목표입니다. 앞으로 가족관계에 있어 인정받는 전문코치가 되는 게 꿈입니다. 더 이상 바란다면 욕심이죠"
[출처] 매경ECONOMY 08.10.15 (14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