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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가족여가를 위한 전략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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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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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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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여름방학에 맞춰 휴가 계획을 짜느라 가슴이 설레기도 했겠지만 올해는 유난히 마음이 무겁다는 사람이 많다. 치솟는 유가와 물가에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찌는 듯한 더위와 교통 체증에 바가지 상혼까지 겹쳐서 즐거운 여행이 아니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는 하소연이다. 한가한 비수기에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늘었지만 여전히 휴가를 여름철에 쓰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항상 돈을 들여야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고정관념도 즐거운 휴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그러나 요즈음 가족 중심의 여가, 가족 단위의 여가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단순히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향락적인 휴가가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고 자기 계발도 꾀할 수 있는 휴가, 웰빙형 휴가를 추구하는 쪽으로의 변화도 있어 반갑다. 그럼 어떻게 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겁고 뜻있는 휴가를 보낼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먼저 가족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알아본 다음 가족의 공통분모를 만들어보자. 아내와 남편의 취향이나 욕구도 다를 것이며 아이들은 더더욱 부모들의 기호와 희망 사항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아빠의 일방적인 결정이나 강요를 떠나 아이들의 희망 사항에 눈높이를 맞춰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아이들과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면 아내를 위한 특별한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다.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모처럼의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어서 떠난 여행에서도 식사 준비하고 뒤치다꺼리 하는 일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라면 온 가족이 모두 즐거워야 할 진정한 가족여행은 아니다.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놀 때 같이 놀고 일할 때 서로 돕자는 원칙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성장한 자녀들이라면 계획을 짜거나 물건을 구입하고 지출을 기록하는 등의 소소한 임무는 믿고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 현명하게 지출을 하려면 무조건 맛있고 무조건 안락한 숙소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을 자녀들이 먼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여가를 보낼 수 없다면 더러는 따로따로, 때로는 함께 모여 즐기는, ‘따로 또 같이’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기는 했는데 갈등과 불화만 키우는 휴가는 피하는 전략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기만 하면 즐겁거나 여행을 함께 떠나기만 해도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일정과 취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가족이 모처럼의 가족 여행동안 내내 얼굴을 맞대고 지내다보면 오히려 사소한 일로 감정 대립이 일어나 ‘다시는 이런 휴가 안 온다’고 깊은 갈등의 골만 확인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또 한 가지, 즐거운 휴가는 반드시 큰 돈을 써야만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 요즘같이 비싼 물가에, 나서기만 해도 돈일 때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방 안에서 뒹구는 것도 훌륭한 휴가중의 하나다. 늘 집안일과 아이들 뒷바라지로 더운 날씨에 땀흘렸던 아내를 선풍기 앞에 여왕처럼 모셔 놓고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시원한 콩국수를 준비하는 계획도 좋다. 오이 조금 썰어 넣고 달걀 반쪽 넣은 다음 깨소금이라도 솔솔 뿌려 마트에서 사온 콩국을 얼음과 함께 내어 놓으면 가족들의 정성과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면 가족 부양으로 땀흘리고 지친 남편을 위해 엄마와 자녀들이 가족 음악회를 준비하는 것도 멋진 생각이다. 내가 직접 못 부르고 연주를 못 하더라도 남편이 좋아하는 애창곡이 담긴 CD 몇 장에 앙증맞은 아이들의 사회라면 남편을 위한 감사의 콘서트를 훌륭하게 개최할 수 있다.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빠 따로, 엄마 따로, 자녀들은 또 제각각의 시간을 보냈다면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계획하고 만들어보자. 온 가족이 함께 했던 즐겁고 신났던 순간들은 돌아보기만 해도 흐뭇한 추억으로 남아 우리 가족의 재산이 된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할 순간들이 많은 가족들은 사소한 위기나 시련 앞에서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만 신나는 여름 휴가가 아니라 정보가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어서 또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여가로부터 소외된 이웃까지 배려할 수 있는 가족 자원봉사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사회, 건강한 사회는 바로 우리들의 것이 되리라 믿는다.
[출처] 가족이야기 2008년 7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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