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 전략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 |
|
|
관리자 |
|
|
|
2008.06.26 |
|
|
|
4440 |
|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은 남녀가 함께 지면서도 가사와 자녀를 돌보는 일은 여전히 여자의 몫으로 남아 여성들의 짐이 무겁다. 한국의 아내들이 집안일에 쏟는 시간이 남편보다 7배가량 많으며 아내가 일을 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남편들의 가사노동 시간은 1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통계청 자료가 있다. 그 일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녀간에 비단 양적인 차이 뿐아니라 질적인 차이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성들이 ‘아이와 놀아주기’나 쇼핑같은, 오락적이고 융통성 있는 일을 수행하는 반면, 여성들은 청소, 설거지, 빨래같이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바로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역할과중, 일과 가정사이에서의 갈등, 불공평에 따른 억울함 등으로 여성들이 고통을 더 많이 호소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녀 양육이 가장 큰 숙제인데 엄마의 손길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나이의 자녀를 둔 엄마들은 과히 전쟁이라는 하소연이다. 자녀들에 대한 죄책감을 물질적인 것으로 보상하려드는 경향도 있고 그러다보니 씀씀이가 자연적으로 커지기도 한다. 피로에서 오는 건강 악화나 대화의 부족 등으로 가족 관계가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내가 그만 둬도 배우자가 있다는 의존감에 직장 생활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맞벌이의 잇점도 크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여유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삶에 활력을 얻고 대인관계가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 또한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하고 자녀들이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맞벌이가 우리 가족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손익계산서를 꼼꼼하게 작성해본 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맞벌이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맞벌이를 계속하기로 부부가 합의했다면, 집안 일을 남자 일과 여자 일로 나누지 말고 각자의 소질이나 취향에 따라 가사분담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분담표대로 실천이 안 될 때도 있겠지만 기준을 세워두면 가사분담 때문에 생기는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집안일에 대한 기준을 조금 낮추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정리정돈된 집안과 완벽한 부모 역할에서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어도 압박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돈의 힘을 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큰 돈 들이지 않는 외식이나 세탁소 이용으로 부담을 덜 수도 있고 좀더 편리한 가전제품으로 일감을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분담을 둘러싸고 부부끼리만 다툴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당당히 요구하자. 공부만 하면 모든 의무에서 면제시켜주고 그저 오냐오냐하며 지나치게 자식 중심으로 키우는 것은 오히려 자녀를 망치는 길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또 집안일이고 자녀를 돌보라는 거냐고 항의를 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쟁같은 경쟁 사회 속에서 돌아와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한 번이라도 맛본 남성이라면 모든 에너지를 밖에서 다 소진하고 가정을 잠만 자는 장소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아내를 위하고 자녀들에게도 좋은 역할 모델이 된다는 장점 외에도 노후에 혼자가 되었을 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 능력을 키운다는 잇점까지 생각한다면 지혜로운 가사분담을 미룰 이유가 없다.
그리고 아내들은, 안 도와준다고 남편을 무조건 비난만 하지 말고 남편이 왜 분담을 안 하고 못하는지 그 원인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안일이나 아이 돌보는 일은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가부장적인 사고 방식이 가사분담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리고 부모가 분담하는 모습을 못 보고 자란 성장 환경, 가사를 분담하는 남자들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지 않는 눈초리, 요구를 하지 않는 아내, 과중한 업무나 음주 문화 등으로 인한 늦은 귀가, 무경험으로 인한 미숙함, 결과에 대한 아내의 부정적인 평가 등이 또 다른 걸림돌이다. 그러기에 모든 원인을 남편들의 이기심이나 무관심 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 도와주고 싶도록 기분 좋게 요청하거나 그 결과에 대해 아내들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즐거운 가사분담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KT&G and you 2008년 5월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