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이 고달프다. 무한경쟁 속에서 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30~40대 한국 남성들은 집안일도 도와야 하고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역할은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돈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어나가기에는 사회 구조나 기업 문화가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작 그 중요한 때를 놓친 다음 몇 배의 대가를 치르고도 회보깅 안 되는 상처와 손실로 후회하는 가족이 너무 많다. 자녀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아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엄마의 힘만으론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자녀 교육의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자녀 교육관이나 방법에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끊임없이 좁혀나가면서 일관된 원칙을 세우고 엄격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수없이 일어나는 문제 앞에서 부모의 의견이 달라 사사건건 싸운다면 자녀교육도 망치고 부부관계마저 깨지기 쉽다.
그리고 자식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부농사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를 먹고 자라며 그 환경이 바로 자녀교육의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부부 농사라는 말 속에는 부부농사가 벼락치기가 안 된다는 뜻이 숨어 있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열심히 물 주고 거름 주고 잡초를 뽑아내는 노력과 인내 속에서만 부부농사의 결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는 부모가 둘도 없는 절대적인 모델이다.
요즘 각 급학교의 입학철을 맞아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궁금증이 큰 모양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자녀들을 대부분 보내고 있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초등학교는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의무 교육 기관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 보내 오히려 호기심을 잃고 수업을 소홀히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무엇보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 손 잡고, 자녀들이 다닐 학교를 찾아가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통학로에서 조심할 것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는 즐거운 곳, 선생님은 친절하고 항상 학생들을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신경을 쓰자.
"너 그러면 학교 선생님한테 혼나."
"그래 가지고 초등학교 다닐 수 있겠어?"
그런 얘기로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주지 않도록 조심하자.
그리고 학교생활에 맞는 생활 습관이 몸에 벨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하고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인데 유치원보다 한 시간 가량 더 빠른 등교 시간에 늦지 않도록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이 닦는 것까지 미리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40분 수업에 10분씩 쉬는 생활 리듬에 익숙해지도록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도록 지도하고 체육복을 혼자 갈아입을 수 있도록 스스로 옷 갈아입는 연습도 시키자. 학교 급식에 익숙해지도록 편식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젓가락질 연습까지 지도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친구를 배려하고 양보하고 자기 물건을 나눠 쓰는 마음을 심어주는 노력은 빼놓을 수 없다. 유치원생이 아니라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된다는 사실은 부모 마음도 설레게 하지만 많은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설레는 마음 못지않게 두려움과 불안도 크다. 그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많은 지혜와 정보를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먼저 보내본 부모들의 조언 속에서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바탕 위에 자녀들의 발달 단계나 부모 교육에 대한 지식까지 겸한다면 더 무엇을 바라랴.
그러나 평소의 생활 속에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화목하게 사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 부모라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살다가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나 갈등을, 자기 감정을 조절하면서 대화로 풀어나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면 자녀들도 그런 태도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말 하는 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만 보아도 그 아이들의 부모 모습이 그려진다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말씀에 수긍이 간다. 비단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말고 챙겨주자. 그것이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다.
[출처] 한솔가족 2008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