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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경영을 위한 지혜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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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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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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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한 해의 소망을 얘기하다보면 건강이나 부자되기를 꿈꾸는 사람도 많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을 으뜸으로 꼽는 사람이 가장 많다. 유난히 ‘가족’을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하는 우리 문화의 영향도 크겠지만 행복한 가족이 뒷받침되지 않은 부나 성공, 명예는 큰 의미가 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이란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가족이란 아무 걱정이 없고 싸움도 없으며 매일 웃음이 넘치는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갈등이나 문제가 없는 가족은 없다. 그리고 문제나 갈등이 전혀 없는 가족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가끔은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고 노력하면서 지혜롭게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다.
문제가 많은 가족, 불행한 가족은 그 모습이 참 다양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은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랑과 신뢰가 그 첫째이고 가족간의 대화가 그 다음이 아닌가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가족, 대화하자고 했다가 오히려 싸움이 커지는 가족도 많은데 가족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은 그 어떤 재산보다도 값진 것이다. 그리고 공동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가족,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가족, 웃음이 넘치는 가족, 기쁨과 슬픔, 취미와 여가를 함께하는 가족, 그런 가족이 행복한 가족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면 행복한 가정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부부간의 사랑도 변하고 관계도 변화하는 법이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변화 경영과 가정 경영의 지혜가 없으면 가족이 없는 가정, 가정이 없는 가족이 우리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을 맡아보니 기업 경영과 가정 경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27년간의 결혼 생활과, 가족학을 공부하며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교육한 경험은 가정경영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경영’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업 경영을 떠올리지만 요즘은 학교 경영, 병원 경영, 국가 경영이다 해서 모든 부문에 경영 마인드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한 봉구와 점순이가 고향에서 평생 농사만 짓다가 삶을 마쳤던 농경 사회에서는 ‘가정도 경영’이라는 마인드가 필요없었겠지만 급변하는 정보 사회, 지식 사회에서는 가정을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꾸려갈 수가 없게 되었다. 기업에서 중장기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한 해 결산을 하듯이 가정 살림에서도 새해 계획을 세우고 결산을 할 수 있으며 기업에서 양적 목표, 질적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목표 관리를 하듯이 우리 가족의 목표, 우리 부부의 목표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윤리경영, 투명경영,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전략과 정신을 가정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훌륭하게 경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무엇보다 새해를 맞아 올 한 해 우리 가족의 공동 목표를 위해 한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맞대보자. 막연히 ‘건강 챙기기’가 아니라 ‘매일 10분씩 줄넘기하기’, ‘주 4일 이상 수영하기’, ‘올 1년 몸무게 4kg 줄이기’처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며 측정이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잘 보이는 곳에 써붙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족의 화목 다지기’라는 애매한 표현도 ‘일요일 저녁은 반드시 가족과 함께 하기’, ‘ 1주일에 한 번 가족회의하기’, ‘한 달에 한 번 부모님 찾아 뵙기’로 목표를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부농사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 자식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도 서로 존중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부부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둘도 없는 모델이며 부모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자녀들에게는 바로 환경이자 토양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서도 부부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달아 드리고 선물 사드리고 효도관광시켜 드린들 부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투닥거리고, 싸웠다 하면 친정으로 쪼르르 달려가 울고불고 신세 한탄을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혼해서 화목하게 사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며, 거기에다 자주 찾아뵙고 손자, 손녀 얼굴도 보여 드리고 용돈도 드리면서 크고 작은 집안일에 부모님의 조언까지 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사는 부부는 불행한 부부보다 4~5년을 더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도 훨씬 낮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일 중심, 돈 중심, 술과 친구 중심, 자식 중심의 생활에서 부부 중심의 생활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하여 부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마련하여 두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취미와 운동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좀더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부부농사 다음에 자식농사를 빼놓을 수 없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식농사가 아닌가 한다. 자식들을 잘 키우고 싶은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이지만 어떻게 키우는 것이 정말 자식을 잘 키우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병원 신세를 지지 않을만큼 튼튼하게 키우기,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독립심을 키워 주기, 누구와도 잘 어울려 원만하게 살 수 있는 성품으로 길러 주기 등, 부부가 함께 대화를 통해 자녀교육의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자녀교육관의 차이를 끊임없이 좁혀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자녀 양육 태도가 달라 사사건건 싸우는 부모가 무척 많기 때문이다. 원칙 앞에서는 부모가 독할 정도로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데 속 썩이는 자식 앞에서 부모의 의견이 달라 부부관계마저 깨진다면 손해를 키우는 어리석은 부모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독립시킬 자녀들이기에 그 나이에 맞춰 서서히 심리적인 이유를 해야 한다. 자녀들의 문제를 대신 고민하고 해결해 주고 책임져주는 것은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게 한 다음 선택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질 줄 아는 자녀로 키우지 않으면 자식이 노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성공적인 부부농사, 자식농사를 위해서는 가족간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이 없고 바쁘고 피곤하기 때문에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들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간에 대화하는 시간은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간의 친밀감부터 회복해야 하는데 냉랭해진 관계, 벽이 생겨버린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식사나 TV 시청, 운동, 취미생활, 여행 등을 통해 친밀감이 조금씩 쌓이면 대화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을 얘기할 것인지 언제, 어디서 얘기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생각을 정리해 보자. 그리고 첫마디는 부드럽게, 칭찬과 격려로 시작하여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그리고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자.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기에 조금은 쑥스러운 내용이라면 문자나 쪽지, 이메일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문제를 예방하는 자세와 준비이다. 특별한 병은 없지만 정기적으로 건강 진단을 받고 꾸준히 운동을 하듯이 가족 사이에 별 문제가 없을 때에도 좀더 화목한 가족 관계를 위해 끊임없이 물 주고 거름 주고 잡초를 뽑아내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행복한 가족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위해 내가 의도적으로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그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다.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어디가 아프고 질병이 있을 때, 의사를 찾아가 치료하고 수술도 받듯이 나의 상식이나 우리 가족의 힘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도 받고 약물 치료의 도움도 청하는 열린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교 입시를 위하여 국,영,수 공부에 쏟았던 그 많은 시간과 투자를 생각하면 우리는 그 반의 반만큼도 배우지 않고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지식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요즈음, 행복한 가정을 경영하기 위해서도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결혼식 준비에 쏟는 시간과 비용의 1/10만큼이라도 결혼 준비 교육에 투자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불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잠자리를 하다보면 아이는 생기지만 그것은 생물학적인 부모이지 훌륭한 부모로서의 필요 충분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를 어떻게 키우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아이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식들의 아이, 내 손자, 내 손녀의 삶에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부모 교육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요즘 ‘가족’은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여서 작년 대통령 선거 때에도 ‘가족행복’을 구호로 내건 대통령 후보가 있었고 정부 부처의 명칭에도 가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여성가족부’가 탄생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으로만 인식되어 가정 폭력이나 학대가 자행되는 끔찍한 이웃들을 보고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노인 부양 등 가족 문제는 개인이나 그 부부,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 우리 회사의 문제, 이 사회와 국가의 문제이다.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들이고도 가족 문제로 비롯된 가출, 이혼, 폭력, 학대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이제 가족 문제를 남의 문제로만 여기고 방관하지 말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혜롭게 개입하고 지원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교직에 종사하거나 사회 지도층일수록 편견과 고정 관념을 버리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똑같이 건강한 가족의 하나로 수용할 줄 아는 포용력을 발휘할 때다.
/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사학연금지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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