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자(가명·39세)
A왜 남편이 그렇게 술을 마시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눠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남편은 늘 본인이 원해서 술을 마시는 걸까요. 그리고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부인은 어떻게 대했는지 돌아본 적이 있으신지요.16년 동안 늘 술 때문에 싸웠다고 하셨는데 좀 나아진 점은 있는지요.
친정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과 상처 때문에 술 마시는 남편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비난만 하는 아내는 아니었는지, 그래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모든 잘못을 남편 탓으로만 돌리지 마시고 잘못된 접대 문화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의 미숙, 또는 시집의 음주 문화나 부부간의 갈등이 원인은 아니었는지 대화를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
16년 동안 싸워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다면 이제 그런 비효과적인 방법은 버리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으셔야 합니다. 내가 왜 그렇게 술을 싫어하는지 설명하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전달하십시오. 남편이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면 술 먹는 횟수나 귀가 시간, 술값의 범위, 음주 운전 안 하기 등 실현가능한 수준에서부터 몇 가지 원칙에 합의하시기 바랍니다. 처음부터 나의 요구만 무리하게 강요하지 마시고 작은 진전이나 노력에도 칭찬, 격려, 인정을 아끼지 말았으면 합니다. 잘못된 행동을 비난하고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에너지를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흔히 알코올 중독자라면 완전 폐인이나 노숙자를 떠올리지만 의외로 한국 남성들 중 넓은 의미의 알코올 중독(알코올 의존이 아니라 알코올 남용)자가 많습니다. 술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거나 기억을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언어폭력이 있었다면 초기에 바로잡아 더 큰 불행을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술을 마시지만 몸만 망가지고 관계만 악화시키는 음주라면 술에 취했을 때 잠시 그 문제를 잊어버리는 것이지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도가 심하거나 그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시거나 건강 검진 등을 통해, 술로 인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는 막아야 합니다. 집에서 정성 들여 마련한 음식과 남편이 좋아하는 술을 준비해 부부가 가볍게 한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한두 잔의 술이 좀더 부드러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