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남·가명·52세-
A분노가 나를 망가뜨리는 덫이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그 덫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내 건강만 해치고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부인의 말씀대로 그 돈 없어도 살 수 있는 형편이라면 빨리 잊으시고 손해를 최소화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친구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부터 돈을 떼먹을 의도는 아니었을 수도 있고 무슨 일 때문에 도저히 돈을 갚을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 친구 역시 무척이나 절친한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친구 앞에 나타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1년이 다 돼가는 일로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니 그것 또한 현명한 태도는 아닙니다. 친구는 두 번, 세 번 내 돈을 떼먹은 것도 아닌데 그 일로 아직도 고통스러워하신다면 그 친구 때문이 아니라 내가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의 돈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한 친구가 여유가 있다면 빌린 돈 안 갚아도 된다. 좀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욱하는 성격 때문에 그동안 내가 치른 대가에 대해서 한번 돌아보십시오. 한국의 국민 타자로 칭송받던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서 2군으로 밀려났을 때 그 수모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아 일본에서도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런가 하면 개인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해 음주나 흡연, 폭력이나 기물 파손, 방화나 살인 등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 사람도 있습니다. 똑같이 분노할 상황에서도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 사항입니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마시고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을 냉정하게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감정이란 대단히 순간적인 것이어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되는 법이지만 왜 내가 화가 나는지 어떤 일에 대해서 내가 화를 잘 냈는지를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분노를 다스리는 연습을 하면 끔찍한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친한 사이일수록 돈거래를 삼가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십시오. 형편이 닿는 범위 내에서라면 빌려 주면서도 받겠다는 기대를 아예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적어도 배신감 때문에 두고두고 괴로워하는 일은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현명하게 거절하는 지혜도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일어나 버린 일,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나의 삶을 분노로 채우지 마시고 누군가에게 내가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분노를 다스리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줄 부인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