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수·가명·35세
A먼저 아이를 안 낳겠다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경제적 이유나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설사 결혼 전에 남편이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집안 어른들로부터 압력이 들어온다면 신랑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겠지요. 설사 부모님의 강요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요?
왜 내가 아이 갖기를 거부하는지 깊은 대화를 통해 남편을 설득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유전적인 병을 염려해서, 노산이라서, 또는 두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더 즐겁게 살고 싶어서 등, 아이를 안 가지겠다는 이유도 가지가지이지만 아이를 낳고 안 낳고 하는 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부부가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문의의 말대로 유전적인 질환이나 노산의 위험이 심각하게 염려되는 경우라면 입양을 고려해 볼 수도 있고 다른 가족들의 도움이나 베이비시터, 어린이집을 활용할 수도 있으며,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집안 살림 꾸려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도와준다고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남성들이 많긴 하지만 남편이 그렇게 원한다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의논해 보시기 바랍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는 여성도 많고 전업 주부지만 엄마로서의 역할에 서툴거나 게으른 여성도 많습니다.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부담감만 생각하지 말고 아이를 가졌을 때의 기쁨과 건강한 아이를 낳아 예쁘게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희열과 보람도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부모의 바람이나 국가 시책에 부응하고 종족 보존이라는 의무를 다 하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부모됨을 통해서 내가 인격적으로 얼마나 크게 성숙할 수 있는지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안 낳겠다거나 아이를 가지라고 강요한다는 사실만으로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지만 이혼을 성급하게 거론하거나 예견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고민하시는 일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부부가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이거나 가치관이 다를 때 이것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방적으로 내 주장만을 늘어놓거나 강요하지 마시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인지 자문해 보십시오.
자녀가 있어야만 가족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녀를 안 낳겠다는 것을 이기적인 태도로 매도해서도 안 되며, 노후가 적적할까봐 자녀를 낳기로
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고 보지만 부모 자식간의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생활 속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