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임 -
A시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면서 아들, 딸을 대학교까지 보낸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그 억울함을 삭이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남편 하나 믿고 시집 왔는데 그 남편마저 도움을 못 주니 또 얼마나 원망스러우셨을지…. 힘들고 억울한 그 심정을 혼자서만 끌어 안고 괴로워하지 마시고 남편에게 먼저 털어 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자칫 남편을 공격하거나 시집 식구들을 비난하는 투로 비쳐지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드님, 따님이 자리를 함께할 수 있다면 어머니를 대변하는 응원군이 되어 줄 수도 있겠죠.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남편의 입장까지 헤아리기가 무척 힘들겠지만 남편도 장남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를 먼저 읽어 주실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고요.
시부모님께는 직접 얘기하기가 어려우시면 남편을 통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동서나 시누이들에게도 추석 전에 미리 전화를 걸어 부탁조로 협조를 구해 보십시오. 누군가가 내 얘기를 전달할 때 본의 아니게 그 뜻이 왜곡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직접 부드럽게 얘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음식을 좀 줄이거나 형제들이 음식을 한 가지씩 나누어 해 오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못 먹고 못 입는 시대가 아니어서 먹고 남는 음식을 잔뜩 하느라 허리가 휘는 것보다는 부담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지혜를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한두 번의 시도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추석보다는 다가오는 설이나 내년 추석이 더 즐거울 수 있다면 먼저 표현하시고 협조를 끌어내셔야 합니다. 연로한 시어머님을 조금도 서운하게 하지 않고 시어머님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서운해하시더라도 머지않아 며느리와 사위를 볼 나이인 맏며느리의 입장도 좀 헤아려 주십사 부탁을 드려보시기 바랍니다. 남편이 날 사랑하고,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생각을 갖지 마시고 평소에 원하는 바를 기분 좋게 요청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장남으로서 의무만 많고 권리는 별로 없는 요즈음에도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드님, 따님이 보고 자랐다면 훌륭한 자녀들로 성장했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그 자녀들이 어머니의 고충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자녀들을 최대한 나의 지지자, 응원군으로 생각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커가는 따님을 같은 여자로서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로 생각하시고요. 아무쪼록 올 추석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