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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의 사는 이야기7 - 월드컵과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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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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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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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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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텔레비전과
신문은 연일 월드컵 소식으로 가득하고 우리나라가 경기를 치르는 날에는 길거리 응원으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길거리 응원이 펼쳐지는 곳에 위치한
편의점의 매출이 몇 십 배 늘어나는가 하면 야식이나 간식을 파는 상점들도 폭주하는 주문량을 맞추질 못해 아예 배달을 포기하거나 일찌감치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새벽 4시에 펼쳐지는 경기를 보기 위해 찜질방에서 수면과 휴식, 텔레비전 시청까지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를 버리고 남의 차를 부수고 성추행을 하는 등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의 삶에 월드컵 축구만 있는 게
아닌데 이건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한 입맛을 다시면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몰입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만 있으면 우리 국민은 이렇게도 뭉칠 수 있구나, 그 에너지를 생산적인 쪽으로 결집하면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자부심이다. 그리고 온 가족이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또 있었던가 하는 발견이다. ‘가족’ 하면 사랑과 믿음으로
뭉쳐진, 조건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집단 같지만 가족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질적인 요소도 많다. 무엇보다 세대 차이가 크다는 점인데 한국처럼
모든 것이 격변하는 사회에서는 같은 20~30년이라고 하더라도 그 세대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자기가 지지하는 지방선거의 후보 문제로 다투는가
하면 수면 습관이나 옷을 입는 취향 때문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사소한 생활 습관이나 돈 씀씀이, 말투, 좋아하는 음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성에 대한 인식차 등으로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월드컵 축구 앞에서는 우리의 승리를 위해 한마음 한목소리로 목청을 높이며 놀라운 단결력을
보인다.
2년 전인가, 대학생이었던 딸과 아들을 데리고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강화도로 떠난 적이 있었다. 내심 3박 4일
정도의 일정으로 모처럼의 가족 휴가를 계획했는데 강화도에서 무슨 3박 4일씩이나 보내느냐는 아이들의 항의로 2박 3일이 다시 1박 2일로
줄어드는 수모(?)를 당한 경험이 있다. 여행을 가서도 아이들과 관심사나 취향이 달라 즐거웠다는 느낌이 덜해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와 함께,
무리를 해가면서 굳이 아이들과의 여행을 강권하지 말고 우리끼리 잘 놀다 오자고 의견을 모은 적이 있다.
더운 날씨에 주말 한 끼
정도는 아내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 외식을 제안해도 아이들은 별로 나가고 싶어 하질 않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도 좋아하는 영화가 다르거나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아이들은 이미 다 본 상태여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월드컵 축구만큼은 아내나 딸아이도
관심이 커,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니 가족끼리의 시간을 즐기는 데에는 참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한국 경기가 없는 날,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나에게 무슨 남자가 축구에 그리 관심이 없느냐고 아내가 핀잔을 주거나 강아지가 응원 소리에 놀라 구석에서 몸을 떨기도
하지만…….
친구나 동료, 사랑하는 사람끼리 음식점이나 술집, 길거리에서 대표선수들을 응원하며 남다른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기회가 드물었던 가족이라면 월드컵 축구를 통해 우리는 한 가족임을 느껴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새벽 4시에
벌어지는 경기를 보기 위해 무리하게 밤을 새워가며 밖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조금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온 가족이 함께 응원하는
시간들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기면 금상첨화고 설사
진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가족이라면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다시없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어떤 어려운 시련이나
난관이 닥치더라도 그런 가족과의 유대감, 끈끈한 가족애가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가족자원이 되기 때문이며 우리 가족만의 또 다른 ‘가족여가’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우먼타임스 2006-07-01 [272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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