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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의 사는 이야기5 - 가족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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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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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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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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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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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가족’과 관련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세 개의 다른 에피소드로 이루어 졌지만 마지막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조금은 독특한
형식의 영화였다. 20살도 넘는 연상의 여자를 데리고 몇 년 만에 느닷없이 누나 집에 나타난 사고뭉치 동생이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유부남과의 사이에 어린 아들 하나를 둔 엄마와 떨어져 사는 딸의 충돌을 그리고 있었다. 세 번째는 기차에서 우연히 옆 자리에
앉게 된 인연으로 사귀는 두 남녀의 얘기였는데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불행하게 태어난 두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만나는 설정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맥주를 마시면서 소감을 나눴다. 40대 초반의 주부 한 명은 영화가 가족의 어두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어 아쉽다고
했고, 상담을 하는 분들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끌어안고 고통 받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가족은
늪’이 아닐까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죽은 엄마가 남기고 간 유품을 부둥켜안고 우는 주인공을 보면서, 떠나보내는 슬픔은 잠시이고 상처가
되살아나 죽은 사람을 다시 미워하게 되는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같은 영화를 봤지만 각자의 관점과 느낌들이 독특해서 함께한 자리가 더욱 뜻
깊었다. 몇 년 전, ‘결혼과 가족’이라는 내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에게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어느 여학생이
‘늪’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누군가는 가족을 ‘차마 벗을 수 없는 옷’이라고 했던가 가족! 가족을 다루는 근년의
영화들이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를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는 쪽이었다면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전통적인 가족상과는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혼으로 맺어진 부부와 그 자녀들로 구성된, 한 지붕 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그것이 지금까지의 가족을 설명하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재혼가족, 한부모가족, 무자녀가족, 입양가족, 결혼이민자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달라진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가족은 사랑과 믿음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기도 하지만 폭언과 폭력, 학대 등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는 애증의 관계임을 묘사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더욱 모순인 것은 무책임하고 방탕하고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그 부모를 자식들이 닮는다는 사실이다. 20~30년 가까이 보고
들으며 학습이 되는 것인데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사고 내고 가출하고 그리곤
불쑥 나타나 빌붙어 살면서 누나에게 감사할 줄도 모르는 영화 속의 남동생이나, 자식을 돌보는 기본적인 의무마저 팽개치고 뭇 남성들과 애정 행각을
벌이는 엄마, 그리고 그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떠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딸자식의 모습들이 가족의 양면성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남다른
이해와 배려 속에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진 집단 같지만 가족을 들여다보면 성별이 다르고 세대 차이가 큰, 꽤 이질적인 집단임도 알 수 있다.
인간의 같이 있고 싶은 욕구와 혼자이고 싶은 욕구를 그래도 함께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안이 가족제도임엔 틀림없지만 모든 사람이 다 제도적인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도전을 받고 있는 세상이다. 적령기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만혼이 성행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결혼 생활을 선택하는
우리들이기에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는 태도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행복한 가족은 낭만적인 환상으로 그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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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먼타임스 2006-06-03
[26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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