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지만 어머님이 베푼 것의 백분의 일을 할까, 천분의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송구스러웠다.
곧 퇴원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열흘이 지난 뒤 고관절에 물이 차고 염증이 생겨 3주 정도 더 입원해야겠다는
의사의 말에 간병인을 두기로 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부모님의 장기 입원이나 투병 앞에서 가족 간의 갈등이나
불화로 괴로워하는 가족들을 많이 본다. 당장 본인들의 생업에 지장을 받고 생활 리듬이 깨지는 불편함도 클뿐더러 병원비와
수발을 둘러싸고 형평성 때문에 형제간에 다투는 가족이 적지 않다. 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살림만 하는 사람간의 갈등으로
얼굴을 붉히는 동서들과 올케, 부모님 수발을 놓고 당신 부모, 내부모를 들먹이며 싸우는 부부도 있다.
언젠가는 한 번씩 겪어야
할 일이라면 장모님이 입원을 하시더라도 별 일이 없게 형제간에 미리미리 원칙을 정해놓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아내와 나눴다.
누가 책임지고 당번을 조정할 것인지, 의사와는 누가 주도적으로 상의를 할 것인지, 병원비 분담 원칙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미리 의논할 수 있다면 정작 일이 닥쳐서 생기는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나친 죄책감을 버리고
건강의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부모님을 위해 내가 무언가 해드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출처] 좋은생각 200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