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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의 사는 이야기4 - 어머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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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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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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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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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잘 주무셨는지요? 통증은 어떠신지, 오늘
아침밥은 좀 드셨는지.... 어머님, 어머님이 입원하셨다는 얘길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침대 위에 누워 계신 어머닐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경황없이 입원하는 바람에 틀니를 빼고 계신 어머님은 우리 어머니가 아니라 낯선 할머니였습니다. 여든다섯이나 되신 어머님이
그렇게 갑자기 쓰러지실 줄을 미처 몰랐으니 참 무지한 아들이죠. 언제까지나 정정하실 줄 알았으니 착각 중의 착각이었구요. 입원하신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야윈 어머님의 종아리와 무릎을 만져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 가는 다리로 자식을 위해 팔십오 년을 뛰어 오셨구나, 생각하니
목이 메었습니다. 빨대를 입에 물려드리면서, 잘게 썬 수박을 입에 넣어드리면서 어머님이 날 이렇게 키우셨겠지 생각하니 가슴이 저렸습니다.
어머님, 용서하십시오. 인정머리 없는 막내아들을. 언젠가 집사람이 전화로 안부를 여쭸을 때 간밤엔 너무 아파 죽을 뻔했다는 어머님
얘기에 제 처가 많이 울었습니다. 웬만해선 그런 얘기를 안하실 분인데 얼마나 아프셨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겠냐면서 저에게 막 화를 내더군요.
당신, 아들 맞냐고, 어머님이 저렇게 아파 죽겠다는데 어떻게 좀 해보라고.... 그때도 저는 눈만 껌벅껌벅하면서 좀 기다려보자고 그랬거든요.
하루 한 번, 잠시 찾아뵙는 것으로 제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어 부끄럽습니다. 찾아뵐 때 말고는 또 제 일로 바빠 어머님을 많이
잊고 지내거든요.
병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뭐하러 또 왔느냐고 쫓아내기 바쁘신 어머님, 자식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간병인을
자청하셨던 어머님이었습니다. 키울 때 잘 키우지도 못했는데 자식들 고생을 이렇게 시킨다며 눈시울을 적시던 어머님, 그 말씀엔 우리 자식들 아무도
동의를 하지 않았지만요. 어머님, 기억나세요? 제가 어릴 때 겨울철, 차디찬 요와 이불을 어머님이 손수 몸으로 덥혀 절 재우셨던 것,
그리고 형님, 누님 몰래 시장 가는 길에 찐빵 사 주셨던 일 말입니다. 오로지 자식 공부 하나 생각하고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와
고생하셨던 어머님,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제 철없는 질문에 너희들 말고 내가 또 무슨 낙이 있겠느냐며 웃으시던 어머님이었습니다. 폐암으로
고생하시는 아버님 병 수발하면서 하숙 손님을 받아서 어렵게 어렵게 저희들 공부시키셨던 어머님, 이제 자식들의 간호를 받으실 자격, 있습니다.
아들들이 병원비 내는 것 당당하게 받으실 권리 있구요. 이제 자식들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빨리 죽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살아
자식들 고생만 시킨다는 그런 말씀일랑 아예 하지 마십시오. 시어머니지만 그런 생각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며 집사람 또한 많이 울었답니다.
이제까지 참 건강하셔서 자식들 고생 하나도 안 시키신 거죠. 어머님, 여든다섯, 그리 많은 나이 아닙니다. 어머님 연세, 예순 때만 해도
여든다섯은 까마득한 나이였지만 예방의학과 생명과학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것이 평균 수명이랍니다. 이번 일 말고는 병원에 입원 한 번
안하셨던 어머님이 자식들에게는 얼마나 큰 선물이었고 보물인지 아시는지요? 수술 얘기를 듣고 또 마음이 많이 심란해지셨죠. 주사 한 대를
맞으려 해도 겁이 나는데 수술이라니 겁이 나실 만하죠. 하지만 어머님, 그리 큰 수술이 아니랍니다. 부분 마취에 한 시간 남짓, 고관절에 차
있는 농을 조금만 제거하면 나을 수 있는 수술이라니 마음 편히 가지십시오. 요즘 폐암 판정을 받으신 이모님 소식까지 겹쳐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으시겠지만 그럴수록 어머님, 더 빨리 일어나셔야죠. 오로지 자식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셨던 어머님, 이제는 어머님 한 몸을 위해
자식들에게 당당히 요구도 할 줄 아는 우리 어머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병실에서 맞았던 어버이날, 그리고 어머님이 그렇게 기다리셨던 배드민턴
클럽 창립 행사도 내년에는 더 멋있게 꾸며 보겠습니다. 어머님, 아무쪼록 입맛이 없더라도 더 많이 챙겨 잡수시고 빨리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어머님 생신 때에는 건강한 얼굴로 더 즐거운 시간 가지셔야죠. 그리고 저희들 결혼 25주년 때에도 큰절 받으셔야죠. 막내아들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 놓으셨으니 아버님께 못다 한 효도까지 할 수 있는 기회 주셔야죠.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와 사랑을 듬뿍 담아 큰절
올립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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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먼타임스 265호 200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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